도쿄올림픽 연기해도 골치…주요 스포츠 이벤트와 중복 우려

입력 2020-03-23 10:39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7월 예정인 도쿄올림픽 개최 연기 논의를 시작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23일 “정상적인 개최가 불가능하면 연기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연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판데믹(세계적 유행) 단계에서 벗어나 진정 국면에 접어들지 않으면 도쿄올림픽 연기는 불가피한 분위기로 수렴하고 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을 연기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서 한 대회가 연기되면 다른 쪽에도 영향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을 1년 후로 연기한다고 하면 2021년 개최 예정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겹치는 게 불가피 하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2년에 한번 개최되며 2021년은 8월 6~15일까지 미국 오레건에서 개최 예정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도 도쿄올림픽 연기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세바스찬 코 IAAF 회장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선수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올림픽 개최를 강행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도쿄올림픽이 연기되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일정 조정도 불가피하다. 올림픽을 치른다고 건너띌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동·하계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메이저 스포츠 대회로 꼽힌다.


전 세계 체육 단체들이 도쿄올림픽 연기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대로 된 경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 주요 이벤트에 맞춰 수개월전부터 컨디션 조절을 하고 최상의 몸상태로 대회에 임하려고 한다. 대회 일정이 줄줄이 밀리거나 변경되면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도 예정돼 있다.

대회 연기는 중계 방송 수익과도 직결된다.

중계권의 경우 IOC와 주관방송사인 미국 NBC 등이 보험을 들어놨기 때문에 연기가 되더라도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광고수익은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NBC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9억 달러의 광고 수익을 올렸다. 당시 환율로 약 9550억원으로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금액이었다.


도쿄올림픽이 2년 후로 연기된다고 하면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카타르 월드컵 등과 겹치게 된다. 기업의 광고 예산이 제한적임을 고려하면 각 대회가 올리게 될 광고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하계올림픽은 월드컵과 개최 시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할 게 없어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