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 도쿄올림픽 연기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4주 안에 끝내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불거진 연기·취소 요구에 ‘백기’를 들고 개최 방식 조정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세계 체육계는 일제히 환영했다.
IOC는 23일(한국시간) 긴급 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코로나19 발병 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집행위는 (올림픽 개최 방식의) 여러 시나리오에서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며 “IOC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일본 정부, 도쿄도와 전면적으로 조정하고 제휴해 연기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시작할 것이다. 앞으로 4주 안에 논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다만 “IOC는 올림픽 취소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취소는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취소를 제외한 개막일 연기, 대회 축소, 무관중 경기를 논의한다는 얘기다. IOC는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올림픽 개최 방식 변경의 여러 시나리오 중 ‘연기(postponement)’만을 언급했다. 올림픽의 예정된 개막일은 오는 7월 24일이다.
IOC는 지난주만 해도 올림픽 강행론을 고수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17일부터 하루 간격으로 사흘간 33개 종목 국제단체, 선수 대표 220명, 206개 회원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를 차례로 만난 연쇄 컨퍼런스 콜(화상 회의)에서 “6월 30일까지 출전자 선발을 마치면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선수들의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IOC는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급격하게 나타난 미국의 경우 경기장은 물론, 실내 훈련장을 포함한 다중이용시설이 폐쇄돼 선수들은 훈련조차 못하고 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가 전날 미국 올림픽 국가대표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올림픽 연기를 지지하는 의견은 75%에 육박했다.
올림픽 개최의 다른 시나리오를 검토하겠다는 IOC의 입장은 세계 체육계의 환영으로 이어졌다.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은 “IOC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IPC 위원장은 올림픽 직후에 열리는 패럴림픽을 주관하는 단체의 수장으로, 파라스포츠(장애인체육)에서 IOC 위원장과 같은 지위를 갖고 있다.
세계육상연맹은 “도쿄올림픽 연기를 위한 IOC의 논의를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나이젤 허들스턴 영국 체육장관은 IOC의 올림픽 대안 검토를 “옳은 일”이라고 평가하면서“선수, 관중, 관계자의 건강과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OC는 “올림픽 경기에 필요한 시설을 잠재적으로 이용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 내) 호텔의 예약 수백만 건을 다시 처리하는 것도 어렵고, 종목별 국제단체도 주관 대회의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며 “새로운 시나리오를 마련하려면 도쿄 조직위, 일본 정부, 종목별 국제단체와 NOC의 현신과 협력이 필요하다. 올림픽 파트너, 제휴·계약사의 협업도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