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속 ‘기울어진 운동장’에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스타 남편들의 좌충우돌 살림기를 담겠다던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살림남2)에는 아내에게 꾸밈노동을 강요하는 남편과 어쩌다 한 번 살림을 ‘도와주겠다’는 남편만 있었다.
‘살림남2’ 시청자는 최근 단단히 뿔이 났다. 최근 방송에는 살림에 얽매인 주부 강성연과 달리 자유로운 영혼의 남편 김가온의 이야기가 담겼다. 아내를 위해 살림에 도전했으나 해본 적 없는 집안일이 손에 익을 리 없었다.
시청자는 ‘집안일은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 아닌가’라는 취지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 부부의 주된 내용은 독박육아 등 아내 혼자 감당하는 집안일이었다. 배우 강성연은 잠시 일을 쉬고 있지만 연년생 어린 두 아들을 혼자 감당하는 일은 힘에 부쳐 보였다. 남편의 도움은 크지 않았다. 방송은 집안일에 분주한 아내와 동료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남편을 대비해 보여준다.
퇴근 후에는 다를까. 남편은 아내의 호소에 잠깐 아이를 보다 이내 작업실로 들어간다. 그와 달리 아내에게 퇴근이란 없었다. 결혼과 육아로 경력단절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시대에서 한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방식이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팝핀현준의 발언도 큰 논란을 불렀다. 그는 아내 박애리에게 “연애할 때는 단정하더니 요즘에는 흰 머리도 많고 할머니 같다”며 “외모 좀 꾸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쁜 홈드레스도 있을 텐데 왜 트레이닝복을 입느냐”고 했다. 아내가 변신하자 남편은 기뻐하며 데이트 신청을 했다. 하지만 데이트에 나선 남편은 아이러니하게도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지 말라’ ‘아직도 여자는 예뻐야 한다고 생각하나’ 같은 논란이 커지자 팝핀현준은 “평소에는 그러지 않는다”며 “연출하는 PD가 따로 있다”고 해명했다. 설령 그가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방송과 같다고 할지라도 이를 여과 없이 내보내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연출했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예능 61.5%가 성차별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 사례로 ‘살림남’의 왜곡된 성 역할이 꼽혔다. 남편의 가부장적인 모습과 위계관계가 두드러졌다는 비판이다. 당시 여성단체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여과 없이 방영하면서 성 역할 고정관념을 등장시켰다”며 “단지 현실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책임을 벗어날 수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방통심의위는 ‘여성은 집안일, 남성은 바깥일’과 같은 남녀 성 역할 구분이 지속해서 재생산된다고 비판했다. 남성이 가사노동을 하면 ‘가정적인 남편’이라며 치켜세우고, 여성의 일가양립은 당연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조선 ‘아내의 맛’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워킹맘 함소원 대신 남편 진화가 아이를 돌보는 모습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아내는 악역으로 남편은 ‘짠한 남편’으로 그려진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