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가 가혹한 박해를 받으면서도 상당히 발전했으나 신교도들이 이룩해 놓은 것에 견주어 보면 그 발전은 매우 완만한 것이었다.
기독교는 인간의 모든 허식을 떼어 버림으로써 한국인의 합리주의적이고 감정적 기질을 완전히 사로잡는다고 나는 감히 주장할 수 있다.
기독교가 이토록 빠르게 한국인에게 흡수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면에서도 가장 합리적이고도 가장 신비한 것이므로 인간적으로 표현해 본다면 한국인에게 가장 적합한 종교이었다.
물론 이러한 표현이 기독교가 가지는 보편적인 성격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더 열의를 갖지도 않고 덜 갖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과업이 얼마나 위대했던가를 보려는 선교사들이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집문당 刊 ‘대한제국멸망사-제2장 민족’ 37~38쪽)
<계속>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