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포퓰리즘? 반만 맞는 말, 300만표 잃었다”

입력 2020-03-23 09:13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4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해 9월 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 출석하며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최근 행보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나는 300만 표를 잃었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KBS1 ‘김용민 라이브’에 출연해 “반은 맞다. 대중들이 원하는 합당한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포퓰리즘인데, 그 측면에서는 맞다”면서도 “하지만 반은 틀렸다. 표를 얻기 위해서 불필요한 과장된 액션을 하느냐는 측면에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정치에서는 지지자 10명보다 안티 1명이 더 무섭다. 10표를 얻으면 1명이 10표를 까먹는 건 일도 아니다”라며 “저는 30만명X10=300만 표를 잃었다. 교회나 이런 데를 강경조치하면 엄청난 반발을 부르기 때문에 사실은 손해 보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 지사가 거론한 ‘30만명’은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의 전체 신도 수다.

그러면서 “신천지를 강압적으로 조처하거나 교회 집회 금지 같은 것들이 반감을 살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일종의 자살행위다”라며 “아무도 하지 않는 이유가 사실 거기에 있다.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굳이 이만희 총회장을 쫓아가면서 강제 검사해야 했느냐”라는 비판에는 “이만희는 감염될 수 있는 인간이다. 신이 아니다”라며 “당신들의 교주도 검사하고 있으니 신도들도 검사하라고 보여주기 위해 간 것이었다. 저희가 몇 차례 얘기했으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안 하고 버티니까 할 수 없이 했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신천지가 전혀 방역에 협조하는 자세가 아니다”라며 추가 대응도 시사했다. 그는 “정부에 허위자료 주고, 검사요구에 장시간 불응한 사례 등은 방역방해죄에 해당하는데 고발조치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협조적인 태도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신천지를 비난한 국민을 고발하는 등 옹호세력들이 반격을 시작했다”며 “신천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안철수신당(가칭) 중앙당 창당발기인대회 사전행사에서 "무너진 정의와 공정의 회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 지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종교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 그는 “종교집회를 강제금지할 경우 엄청난 반발과 비난이 예상되지만, 저의 일은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비난은 그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 일부로 제가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독교 대다수 교회가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강제조치는 교회의 반발을 불러 외려 역효과만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포퓰리즘도 적당히 하라”며 “어차피 주일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교회들을 위해 방역대책을 마련하는 게 지사의 임무다. 정치할 게 아니라 방역을 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성남 은혜의 강 교회 신도들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된 상황을 거론하면서도 “지난번에 정치가 아니라 방역을 하라고 지적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은혜의 강 교회는 명백한 방역의 실패”라며 “교회 문 닫을 생각을 할 게 아니라 예배가 안전하게 이루어지도록 감독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이재명 지사의 거버너로서 능력은 높이 평가하나 가끔 포퓰리즘의 경향을 보이는 게 마음에 걸린다”며 “더 큰 꿈을 품고 계신다면 한국은 필리핀이 아니라는 점 알아두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