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된 독일 총리·숨진 프랑스 의사…코로나19와 전쟁 중인 세계

입력 2020-03-23 06:01
22일 프랑스 동부 뮐루즈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긴급 후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되면서 전시 상황을 방불케 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며 미국에선 랜드 폴 상원의원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코로나19 환자들을 진료하던 응급실 의사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지기도 했다.

독일 총리 대변인은 현지시각으로 22일 성명을 통해 메르켈 총리가 이날 새벽 베를린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추가 조치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직후 접촉한 의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자가격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메르켈 총리는 연방 16개 주 총리들과 화상회의를 한 뒤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장소에서 2명을 초과하는 모임을 최소 2주간 금지한다고 밝혔다. 한 집에 사는 경우와 업무 관련 모임은 예외가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65세인 메르켈 총리는 지난 20일 이 의사에게 폐렴구균 예방 백신을 맞았다. 메르켈 총리는 향후 며칠 내 검사를 받을 예정이며 당분간 집에서 계속 업무를 볼 것이라고 대변인은 전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코로나19 실시간 집계 현황에 따르면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3974명이며 사망자는 92명이다.

같은 날 AP통신은 미국 공화당의 중진인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이 현지시각으로 22일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폴 의원도 이날 성명과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양성 판정 사실을 공개하며 현재 격리 중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 의회에선 지난 18일 마리오 디아스-벌라트(공화)와 벤 맥애덤스(민주) 등 2명의 하원의원이 처음으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상원의원 중에는 폴 의원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1일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보좌진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펜스 부통령 부부도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이들 부부는 음성으로 확인됐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22일 오후 코로나19 감염자는 3만1057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389명이다. 전날 오후 2만6000명 수준이었던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하루 새 3만명 대로 치솟았다.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3만명을 넘은 것은 지난 1월 21일 첫 환자가 나온 지 두 달 만이다. 이는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과 연일 유럽 내 진원지로 지목된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다.

프랑스에선 코로나19 환자들을 진료하던 응급실 의사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졌다. 올리비아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현지시각으로 22일 RTL방송에 출연해 “어제 저녁 의사 한 분이 코로나19로 숨졌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내가 아는 한 프랑스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로 사망한 첫 사례”라고 말했다.

숨진 장자크 라자핀드라나지(67) 의사는 파리 근교 도시 콩피에뉴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중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콩피에뉴는 프랑스의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집단감염이 일어난 우아즈 도(데파르트망)에 있는 소도시다.

우아즈에서 집단으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던 이 의사는 이달 초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인근 릴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2일 현재 1만4459명으로 이 중 562명이 숨졌다.

유럽은 코로나19의 창궐로 마비됐다. 세계 각국 코로나19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현지시각으로 22일 유럽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6만명을 넘어섰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탈리아 전역에선 누적 사망자가 5000명을 훌쩍 뛰어 넘었으며 확진자도 하루 만에 5000명 이상 늘어 5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탈리아 정부는 슈퍼마켓과 약국 등을 제외한 전국의 사업장을 다음 달 3일까지 폐쇄하는 강경책을 발표했다. 스페인도 이날 3000명이 넘는 추가 확진자가 발생해 누적 확진자 수는 2만8000명이 넘었다. 사망자도 하루 새 30%나 급증해 누적 사망자 역시 1700명을 넘겼다. 스페인은 국가 비상사태를 보름간 연장하기로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