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면 중단된 세계 프로스포츠계에서 선수들의 임금 삭감 가능성이 갈수록 구체화 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유럽 프로축구 빅리그를 비롯해 미국 프로농구 NBA,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등 유명한 각 리그의 스타 선수들도 예외가 아닐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먼저 이야기가 나오는 건 유럽 프로축구다. 유럽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이탈리아 세리에A는 선수 주급 삭감을 가장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 라리퍼블리카에 따르면 최근 세리에A 구단들은 논의 끝에 3월 임금을 선수들에게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선수협회와 이탈리아 축구협회 측에 전달했다. 현재 세리에A는 5월 3일 일정을 재개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구단들은 리그가 끝내 재개되지 않는다면 선수 임금을 20~30% 삭감하는 안도 제시했다. 이 경우 세계 축구선수 임금 2위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연봉이 최대 900만 유로(약 120억원) 깎인다. 이외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파올로 디발라를 비롯해 로멜로 루카쿠, 마테이스 데리흐트 등 세리에A의 주요 고액임금 선수들도 받는 돈이 크게 깎일 전망이다. 토리노의 공격수 비토리오 파리지니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국을 도울 수 있다면 임금을 깎을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는 리그 선두 FC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먼저 임금 삭감 논의가 나왔다. 바르셀로나는 이번 시즌 기준으로 세계 축구구단 중 선수단 임금 규모 1위이며 세계 축구선수 주급 1위 리오넬 메시의 소속팀이기도 하다. 스페일 일간 델문도는 21일 바르셀로나가 코로나19로 인해 닥친 심각한 재정 위기 때문에 선수단 임금 삭감을 검토하고 있다고 구단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구단 측에서 직접 행동을 취하기 전에 소속 선수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삭감에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선수들이 자진해 임금 일부를 받지 않기로 한 사례도 있다. 독일 일간 빌트에 따르면 보루시아 뮌헨글라트바흐 선수단은 리그에서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임금 중 일부를 포기하기로 했다. 구단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선수들은 이야기를 하기 전부터 이미 상황이 어떤지를 알고 있었다. 선수단 쪽에서 먼저 구단과 직원들을 돕기 위해 임금을 제한하자고 제안해왔다”고 말했다.
반면 스위스에서는 임금 삭감에 동의하지 않은 선수들이 한꺼번에 해고를 당했다. 현지 매체 RTS는 스위스 1부 슈퍼리그 소속 FC 시옹이 선수 9명을 해고했다고 21일 보도했다. 해고 당한 선수 중에는 과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에서 뛰어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알렉스 송, 요한 주루 등이 포함됐다.
해고 선수에 포함된 코트디부아르 대표 출신 공격수 세이두 둠비아(32)는 이 매체에 “지난 17일 오후 선수단에 임금 삭감 제안이 왔지만 선수단이 토론 끝에 함께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 ‘왓츠앱’ 메신저로 높은 임금 수준 때문에 날 임금삭감 후보에 넣는다는 고지를 받았다. 그런 메시지를 왓츠앱으로 전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아 거부했더니 30분만에 다시 왓츠앱으로 해고를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임금 삭감 파문은 농구계로도 번지고 있다.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미 프로농구 NBA 사무국이 각 구단에 보낸 공문을 입수해 시즌 중단에 따른 급여 계획을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2주에 한차례씩 급여가 지급되지만 급여 정상지급이 확실시 되는 건 다음달 1일까지만이다. 다음 지급일인 다음달 15일에는 10%가 삭감될 수 있다. 이날까지 NBA에서는 선수 확진자 14명이 발생한 상태다.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이번 시즌 NBA의 최다 연봉선수는 4020만 달러(약 500억원)를 받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가드 스테판 커리다.
ESPN에 따르면 NBA 노사협약에 명시된 불가항력 조항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세계적 대유행 질병 등 천재지변으로 경기가 취소됐을 시 임금 일부를 삭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NBA 사무국은 먼저 구단 측과 선수들에게 해당 사실을 공지하고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현재까지 열리지 않은 경기들이 코로나19 사태 진정 뒤 다시 열린다면 선수들이 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받을 가능성도 있다.
시즌 단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 프로야구 MLB도 임금이 일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정규시즌 개막이 5월 중순 뒤로 미뤄졌지만 현지에서는 준비 일정 등을 감안해 빨라도 6월 초에 개막이 가능하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경우 겨울이 오기 전까지 162경기를 모두 치르기에는 일정이 지나치게 빠듯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즌 단축 가능성도 높아지는 중이다. MLB에서는 1995년 선수노조 파업 당시 줄어든 경기수만큼 연봉을 줄여 선수들 모두가 11.5% 내려간 연봉을 받았던 예가 있다.
시즌이 실제로 단축될 적용될 경우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FA 이적한 류현진 역시 연봉 삭감을 피해가기 어렵다. 4년간 매시즌 2000만 달러(약 249억원)를 받기로 계약이 됐지만 줄어들 경기수에 비례해 연봉이 줄어들 수 있다. 류현진은 현재 팀 동료들과 미 플로리다주 더니든 스프링캠프에 남아 훈련을 하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