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으면서 지방 정부들이 속속 “마스크를 벗자”는 캠페인을 본격화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선언이자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등 통계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상하이와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 하이난성 등 중국 지방 정부의 지도부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회의를 진행하거나 공개행사에서 “마스크를 벗자”고 제안하는 등 잇따라 코로나19 전쟁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다.
우칭 상하이 부시장은 20일 열린 5개 외국계 금융기관과의 간담회에서 단상에 오른 지 몇 분 만에 마스크를 벗은 뒤 참석자들에게도 같이 마스크를 벗자고 제안했다.
우 부시장은 “상하이는 지난 20일간 시내 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아 현재 아주 안전한 곳이 됐다”며 “매일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지만, 이는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이 행사를 통해 상하이와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러우친젠 장쑤성 서기 주재로 20일 열린 전염병 대응 공작지도소조 회의에서는 러우 서기뿐 아니라 모든 참석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토론을 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장쑤성 쑤저우시 란샤오민 서기도 수십 명이 모인 회의를 주재하면서 참석 관리들 모두 마스크를 벗도록 했다.
이는 중국 국가보건위원회가 20일 집이나 야외, 인파가 없는 장소, 통풍이 잘 되는 장소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한 지침에 따른 것이다.
또 지방 정부들은 식당에서 관리들이 단체로 마스크를 벗고 같이 식사하는 장면을 공개하며 정상적인 일상 생활 복귀를 독려하고 있다.
쓰촨성 난충시는 부시장과 선전부장 등이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켜놓고 같이 먹는 장면을 보여줬고, 한국인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자제시는 당서기 등 간부들이 관광지 입구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소비 진작 방법을 논의하는 모습을 찍어 SNS 계정에 올렸다.
중국 본토에서는 지난 21일 하루 동안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6명이었으나 45명이 해외에서 역유입된 사례로 나타나는 등 본토 내 신규 확진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에서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도 누락되는 등 중국 보건 당국의 통계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신경보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웨이보 등에서 자신을 후베이 지역 주류 매체 기자라고 소개한 사람이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에 ‘나의 잊을 수 없는 하루’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은 우한 지역에서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일가족 3명 가운데 1명이 다시 발열 증상으로 지역 병원에서 입원 치료와 확진 검사를 받으려 했으나 거부당해 가까스로 입원하는 데 13시간이나 걸렸다는 내용이다.
류모 할머니는 집 근처 몇몇 지정 병원에 연락했으나 접수를 거부당했고, 어렵게 다른 병원에서 CT 검사를 한 결과 상태가 나빠졌다는 진단이 나왔으나 지정병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당했다.
글쓴이는 최근 신규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우한 지역 병원들이 환자 통계 수치에 영향을 주는 것을 우려해 발열 환자 치료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또 우한의 한 지역 주택가에는 20일 “어젯밤(19일) 지역에 또 새로운 확진 사례가 발생했으니 주민들은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이 나돌아 의혹을 증폭시켰다.
한 네티즌은 우한 화중과학대 퉁치병원에서 지난 18일 100여 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했고, 톄루 병원에서도 1명이 있었지만 보건 당국에 보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또 “한양구에서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해당 주택단지의 라인을 봉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해외에서 입국한 역유입 환자 외에 중국 본토 내 신규 확진자는 없다고 발표했었다. 따라서 중국 정부가 확진 사례를 고의로 누락시켰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우한시 정부는 위챗 계정을 통해 “나의 잊을 수 없는 하루라는 글은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이 제기된 사례별로 자세히 해명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