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지자 정치권이 “제2의 n번방 사건을 막아야 한다”며 대책마련에 나섰다. n번방 사건의 용의자인 조모씨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2일 역대 최다 서명을 기록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n번방 사건에 대해 “저는 귀국 연설에서 언급했을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앞서 발표한 여성 안전 공약을 21대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 ‘철수가(家) 중계’를 통해 “이 문제는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정치인 중에) 안철수만 언급한 것 아닌가라는 공방이 오간다고 한다”며 “다른 분들이 언제 언급하셨는지 일일이 찾아보지는 않아서 모르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가. 본인도 언급했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21대 국회에서 이분들과 국민의당이 이 문제를 함께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 1월 귀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가진 연설에서 n번방 사건을 언급하며 “많은 여성이 여러 성범죄에 노출됐지만, 법안과 단속 대책은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달 국민의당은 디지털 성범죄 관련 처벌 대상을 시청자까지 확대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여성 안전 실천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국민안전 부문 총선공약을 발표하며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린 바 있다”며 “성착취 영상물의 구매자·소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유포협박 등 디지털 성범죄 사각지대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광온 최고위원도 n번방 사건이 디지털 성범죄에 안일하게 대처해왔던 축적의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디지털 성범죄 처벌 3법 도입을 주장했다.
정의당 여성후보 11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텔레그램 n번방 가해자들에 대한 무관용 처벌과 디지털 성범죄 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여성들이 스마트폰 속의 노예로 착취당하고 있을지 모르는 지금 우리에게 일상은 없다”며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처벌과 재발 및 방지법 제정”을 주장했다.
이어 “실태를 세밀하게 수사하고 (성착취물) 생산, 유포, 소지 등 공모한 모든 가해자의 혐의를 밝혀내야 한다”며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거나 피해내용이 유포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법부에 대해서는 “지난해 10월 다크웹 사건 사이트 운영자에 단 1년6개월의 징역이 선고되었다”며 “솜방망이 처벌이 디지털성범죄가 만연한 현실을 만들어낸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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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