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청춘들의 대반란… ‘이태원 클라쓰’가 남긴 것

입력 2020-03-22 17:32

청춘들의 대반란이었다. 흔히 말하는 주류는 아니었다. 고아에 중졸인 박새로이부터 혼혈 토니, 서자 장근수, 전과자 최승권, 갓스무살 조이서와 트랜스젠더 마현이까지. 이들이 16화 동안 불합리한 사회에서 얻어낸 것은 꽤 커다랬다.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청춘들의 도전이 21일 막을 내렸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힙’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박새로이를 연기한 박서준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해 준 고마운 작품”이라며 “모두 인상 깊은 하루하루를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요식업계 정점 장가그룹의 거대한 권력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았던 그의 소신은 이 시대 청춘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누구나 그처럼 살기를 꿈꾸지만 타협할 수 없었던 장벽 그 어딘가를 속 시원하게 뚫어준 듯했다.


박새로이는 중졸에 고아면서 전과자다. 억울하게 퇴학당했고, 같은 반 친구의 손에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자신은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다 수갑을 찼다.

모든 걸 잃어버렸다면서 낙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박새로이는 의미를 찾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 첫번째 선택은 돈. 복수하려면 장가에 맞서는 가게가 필요했고, 장사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아빠의 사망보험금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원양어선을 탔다. 그렇게 번 돈으로 가게를 차리고 아빠가 남긴 돈으로 장가의 주식을 샀다. 복수의 첫발이었다.

그가 가게 ‘단밤’을 차린 것은 비단 돈을 벌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 안에는 성공의 또 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이곳은 박새로이만의 공간은 아니다. 그의 곁을 전과자 최승권(류경수)이, 트렌스젠더 마현이(이주영)가, 혼혈아 토니(크리스 라이언)가, 소시오패스 조이서(김다미)가 지켰다.

박새로이는 교도소에서 만난 최승권에게 “가진 것 없이 태어났어도 원하는 건 많다”며 “가난해서, 못 배워서, 범죄자여서는 안 된다. 미리 정해놓지 말라”고 말했다. 이 말은 최승권의 인생을 통째로 바꿨다. 조직폭력배 일원이었던 그는 출소 후 박새로이를 찾아가 그의 오른팔로 살기로 했다.

박새로이의 시선은 늘 돈보다 사람을 향했다. 그의 품에는 마현이도 있었다. 극 초반에는 남성이었다가 여성으로 변한 트렌스젠더다. 마현이가 위기에 봉착하자 박새로이는 “다 포기하고 도망쳐도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가게보다 일하는 사람이 우선이었다.

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인생을 스스로 설계했고, 저마다의 소신을 녹여 이시대 청춘들의 가치관을 담아냈다.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추지 않고, 나답게 살았던 ‘단밤’의 직원들. 그들의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었다.

박새로이는 “내가 원하는 건 자유”라며 “누구도 나와 내 사람들을 건들지 못하도록 내 말과 행동에 힘이 실리고, 내 삶의 주체가 나인 게 당연한, 소신에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에 반하는 결정을 소신에 따라 선택했을 때 이들은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야 했다. 박새로이는, 또 단밤 직원들은 그런 사회와 맞섰다. 부조리한 현실을 박차고 일어선 이들의 도전에 박수가 쏟아졌던 이유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