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럽발(發) 입국자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전수 시행한 첫날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남미에서 입국한 신천지증거장막(신천지) 교인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유럽 외 국가를 대상으로도 검역강화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모든 입국자에게 14일간 자가격리 의무화를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2일 광주시에 따르면 북구에 거주하는 A씨(38)가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신천지 전도사로 콜롬비아에서 장기간 거주했다. 일행 3명과 미국 뉴욕, 대만을 경유해 지난 19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증상이 없었으나 주변 권유로 조선대병원 선별진료소를 찾아 진단검사를 받고 자가격리 2주를 권고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자가격리 권고에도 불구하고 택시나 도보로 미용실, 편의점을 다녀갔고 확진 판정 이후에야 격리됐다.
이 사례가 알려지면서 강화된 검역 기준을 더 넓게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모든 입국자는 공항에서 발열검사나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하는 ‘특별입국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A씨처럼 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입국하는 무증상자는 검역과정에서 걸러낼 방법이 없다.
실제 해외 유입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방역 당국이 이날 집계한 해외 유입 통계를 보면 이달 둘째 주(8~14일) 해외 유입 사례는 18건에 불과했지만 셋째 주(15~21일) 들어 74건으로 폭증했다. 특히 셋째 주에는 유럽(54건) 외에도 진단검사를 받지 않는 아프리카(2건), 미주(12건·A씨 포함), 중국 외 아시아(6건) 등도 대거 포함됐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럽 외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중국 후베이성(湖北省)을 제외한 다른 지역과 같은 수준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의 검역강화에 대해서도 해당 지역의 발생상황이나 국내 입국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모든 입국자에 대해 14일간 자가격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력과 비용 등의 부담이 큰 진단검사 확대보단 자가격리 쪽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가격리 의무화는 결국 시점의 문제일 뿐 더 많은 국가들에 확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할 수 없는 해외 발생 통계를 근거로 검역 계획을 짜는 것 자체가 위험하단 의견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중국과 교류가 많은데도 확진자가 너무 적 은게 의심스럽다”며 “동남아·북미 입국자의 자가격리를 미리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가격리 의무화는 무증상자의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0시 기준 누적 확진자수는 전날보다 98명이 늘어난 8897명으로 집계됐다. 주요 집단감염 장소에서는 추가 확진자도 이어졌다. 서울 구로콜센터 관련해 4명이 추가로 확인돼 확진자 숫자가 152명으로 늘었다. 경기 분당제생병원 관련 확진자도 3명이 늘어 45명이 됐고, 대구에선 서구 한사랑요양병원(11명) 등 요양병원 5곳에서 모두 18명의 추가 확진 사례가 발생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