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스포티파이(Spotify)가 국내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음원 플랫폼업계는 ‘순위 조작 논란’으로 추락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차트 순위 산정 방식과 수익배분 방식 변경 등의 대책을 내놓으며 자정 노력에 나서고 있다.
차트 왜곡은 음원 제작회사 등이 조직적으로 특정 음원을 재생·다운로드해 순위를 올리는 ‘음원 사재기’가 대표적이다.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기만 하면 사용자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스트리밍 횟수가 보장됨으로써 순식간에 히트곡으로 둔갑할 수 있다.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논란이 최근까지 이어지자 사업자들은 하나둘 칼을 빼들었다. SK텔레콤의 음원 플랫폼 ‘플로’(FLO)는 실시간 차트 대신 하루 누적 재생 수를 기준으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추가 적용한 ‘플로차트’를 도입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1시간 단위 음악재생 횟수에 의존하는 기존 차트 산정 방식을 24시간 단위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이는 실시간 차트가 음원 시장 왜곡의 주범이라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음원 사재기와 일부 팬덤의 어뷰징이 실시간으로 순위가 뒤바뀌는 차트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면 비정상적인 재생 이력이 발견될 경우 순위 산정에서 제외해 왜곡 행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의 플랫폼 ‘바이브’(VIBE)는 음원 사용료 정산 방식 개선을 발표했다. 새로운 정산 시스템인 ‘바이브 페이먼트 시스템(VPS)’을 상반기 중 도입해 정산 방식을 바꾼다. 기존 ‘비례 배분제’는 사용자가 재생하지 않은 음원에도 일정 비율에 따라 사용료가 지급되는 반면, 도입 예정인 ‘인별 정산’ 방식은 사용자가 재생한 음원에만 정산이 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차트 순위권에 있는 가수에게 더 많은 수입이 돌아가는 구조가 깨지면서 사재기 유인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새로운 시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정산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선 기존 방식이 유리했던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음원 수익 배분에는 가수와 작곡가 외에도 제작사, 음악저작권협회 등 여러 입장이 얽혀있다. 또 변화에 맞춰 ‘차트 조작 세력’들이 새로운 조작 방법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국내 음원시장 1·2위인 멜론(카카오)과 지니뮤직(KT)이 변화에 미온적이라는 점도 영향력을 확산시키기 어려운 요소다. 플로는 3위, 바이브는 5위 사업자다. 업계에선 2018년 등장한 플로와 바이브가 후발주자로서 차별화를 포인트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음원 차트 관련 논란이 지속될 경우 기존 플랫폼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국내 상륙이 임박한 해외 서비스로 사용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음원 플랫폼 시장점유율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스포티파이는 최근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저작권 단체 등과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압도적으로 많은 음원을 보유한 스포티파이가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잘 적응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사재기 이슈 등과 맞물릴 경우 충분히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