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북·미 정상 연쇄 친서외교…코로나19 속 ‘리스크 관리’

입력 2020-03-22 15: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이 교착 상태에 있던 남북과 북·미 정상 간 ‘친서 외교’의 계기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친서를 주고받은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정상 간의 신뢰를 재확인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 남북과 북‧미 간의 대화가 다시 물꼬를 트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리스크 관리’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19 방역에 협조할 의향을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북‧미 비핵화 대화는 멈춰 섰지만 코로나19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방역과 보건에서는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정상 간의 친분과 신뢰는 여전하다는 점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사태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도 이달 친서를 주고받은 바 있다. 지난 4일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코로나19로 싸우고 있는 한국 국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달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의 건강을 걱정한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청와대는 당시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보냈다. 김 위원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 대해 진솔한 소회와 입장도 밝혔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도 이튿날 감사의 뜻을 담은 답장을 발신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도 코로나19 대응 문제로 통화를 했다. 당시 통화에서도 두 정상은 한반도 문제의 가장 급선무가 북‧미 대화 재개에 있고, 북‧미 양측이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을 봉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남북, 북‧미, 한‧중 정상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연쇄적으로 친서와 전화 통화를 이어가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의견도 나눈 것이다. 특히 남북미 세 정상의 경우 지난해 10월 스웨덴에서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대화 중단과 북한의 발사체 도발에도 신뢰와 친분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청와대도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북미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양국 정상이 격려를 주고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 부부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신을 밝힌 것도 ‘격’을 갖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도 남북 협력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스테판 뢰벤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설명하고, 코로나19 국내 상황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가면서 남북 대화 촉진을 위한 방안들이 실현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 협력을 통해 북‧미 대화를 견인한다는 구상은 문 대통령이 신년사 등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다만 북‧미 정상 간의 소통이 북·미 대화의 진전으로 이어질지는 회의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여정 제1부부장 스스로 담화에서 “북·미 관계를 두 정상 간 개인적 친분에 따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 1월에도 김 위원장 생일 계기로 친서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북·미 대화의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이 본격화되고 있는 데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인자가 크게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미 대화에 관심을 쏟을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결국, 북‧미 대화 재개보다는 리스크 관리 차원의 친서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