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가입자 신상공개 청원, 100만 돌파

입력 2020-03-22 13:59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촬영한 성착취 동영상을 메신저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모씨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국민청원이 서명 수 100만을 돌파했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모두의 신상을 공개하자는 국민청원도 100만 서명을 받았다. 등록 3일만에 100만 서명을 돌파한 국민청원은 텔레그램 성착취 문제를 지적한 두 건 뿐이다.

박사방 운영자 조모씨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22일 오후 1시14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 176만8430명이 동의했다. 현재 진행중인 청원 가운데 동의서명 1위다. 지난 18일 게시된 지 나흘 만이다. 이 청원은 이틀 만인 지난 20일에 청와대의 공식 답변 요건인 ‘한달 내 20만명 이상 동의’를 충족했다.

역대 최다 동의 수를 기록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해 5월 22일 만료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정당해산 청원’이다. 최종 서명 수는 183만1900명이었다. 박사방 용의자 신상공개 청원 마감은 다음 달 19일이다. 기존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청원인은 박사방 핵심 피의자인 조씨가 “어린 학생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가해자”이고 “타인의 수치심을 가벼이 여기는 자에게 인권이란 단어는 사치”라며 포토라인에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일명 '갓갓'이 운영한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이외에도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한다’는 청원도 올라왔다. 이 청원도 폭발적 동의를 얻고 있다. 등록 3일만인 22일 오후 1시14분 기준으로 114만1564명의 서명을 받았다.

청원인은 “절대 재발해서는 안 될 경악스럽고 추악한 범죄지만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재발할 것” “그 방에 가입된 26만의 구매자가 아무 처벌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텔레그램 방에 있던 가입자 전원이 모두 성범죄자”라며 “어린 여아들을 상대로 한 그 잔혹한 성범죄의 현장을 방관한 것은 물론이고 흥분하고, 동조하고, 나도 범죄를 저지르고 싶다며 설레어 한 역겨운 가입자 모두가 성범죄자”라고 비판했다.

청원인은 “나라가 아이들을 아동 성범죄자들로부터 지켜주지 않을 거라면 알아서 피할수라도 있게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해달라”고 호소했다.

조씨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아동성착취물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검거 직후엔 자신이 ‘박사’임을 부인했으나 최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을 두고, 지급하는 가상화폐 액수에 따라 더 높은 수위의 영상을 볼 수 있도록 3단계로 유료 대화방을 나눠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료 대화방의 입장료는 1단계 20만~25만원, 2단계 70만원, 3단계 150만원으로 알려졌다. 조씨의 집에서는 수익금으로 추정되는 현금 1억3000만원이 발견됐다.

경찰은 피해자 신고로 지난해 9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압수수색, CCTV분석, 국제공조 수사, 가상화폐 추적 등 각종 특수수사기법을 동원해 조씨 및 공범들을 검거했다. 그 결과 조씨를 포함해 총 14명이 검거됐고 이 가운데 ‘직원’ 등으로 불리며 적극 가담한 4명은 검찰에 송치됐다. 수시로 방을 없애고 재개설하는 수법을 써 구체적인 회원수는 경찰 조사 중이며, 일각에서는 26만명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 조사 결과 현재까지 나온 피해자만 74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16명은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경찰은 조씨의 신상공개를 논의 중이다. 서울청은 다음주 중 신상정보공개 위원회를 구성해 이를 결정할 방침이다. 조씨의 신상공개가 결정되면 성폭력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제25조에 따른 최초의 신상공개 사례가 된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