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트럼프 친서’ 전달 공개…‘코로나 지원’ 받기위한 사전포석 분석도

입력 2020-03-22 13:31
외교소식통 “북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 배제못해”
북한, 못 이기는 척 미국 도움 수락할수도
미국 당국자, 친서 관련 “트럼프, 코로나 대처 일환”
북한이 화답할 경우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하는 모습을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번에도 친서가 활용됐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2일 담화를 통해 이 사실을 공개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공개한 것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면서 “의료시설이 열악한 북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부탁하니 할 수 없이 미국의 지원을 받겠다’는 식으로 못 이기는 척 하면서 도움을 수락할 수도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27일 북한의 코로나19 대처를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에 한해 대북 경제 제재를 면제하기로 결정한 것도 북한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서 북·미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구상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특별하고도 굳건한 친분을 잘 보여주는 실례”라면서 김정은 위원장도 대통령의 따뜻한 친서에 사의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특별하고도 굳건한 친분’이라는 표현에 방점을 찍었고, 뉴욕타임스는 김정은 위원장의 ‘사의’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북·미가 코로나19 지원을 명분으로 끊어진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도움을 수락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 제1부부장은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로 줄달음칠 것”이라고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친서와 관련해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지도자들과 협력하려는 노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코로나19 대응을 논의하는 연장선상에서 김 위원장에게도 친서를 보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 것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통해 북·미 대화를 재개하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북한은 이달 들어 세 차례나 단거리 발사체를 시험 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국 대선을 의식해 북한의 무리한 도발을 막기 위해 친서를 보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미온적인 코로나19 대처로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을 재개할 경우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 북·미 협상 재개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여러 차례 북한에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북한이 미국의 지원을 수락할 경우 북·미 대화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도 미국의 제안을 뿌리친다면 출구없는 교착상태는 더욱 길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