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가운데 해외 촬영을 진행 중이거나 크랭크인을 앞둔 한국 영화들 역시 직격타를 맞았다. 문제는 국내 촬영을 먼저 진행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20일 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은 영화 ‘보고타’(감독 김성제)의 해외 촬영지인 콜롬비아의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촬영을 일시 중단하고 귀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배우와 스태프 안전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보고타 제작진의 정확한 귀국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현지 상황을 살펴 최대한 빨리 귀국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배우 송중기 이희준 등이 출연하는 보고타는 콜롬비아로 이민을 떠난 주인공이 낯선 땅에서 정착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내용상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분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현지에서 촬영을 이어가고 있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촬영 재개 시점도 당장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콜롬비아 정부는 지난 16일부터 남미까지 퍼진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외국인의 입국과 자국인의 출국을 금지한 상태다.
해외 촬영을 염두에 두고 있던 영화들도 예외는 아니다. 하정우 주지훈 주연의 ‘피랍’(감독 김성훈) 역시 코로나19로 3월 말 예정됐던 모로코 촬영을 잠정 연기했다.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외교관이 납치되면서 벌어졌던 실화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 ‘끝까지 간다’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과 하정우 주지훈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현재 피랍이 언제쯤 촬영을 재개할 수 있을지는 정해진 바 없다.
이달 초 베트남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던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는 지난달 29일부터 베트남 정부가 한국인에 대해 보름간의 무비자 입국을 불허하기로 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범죄도시2는 마동석을 비롯해 손석구 최귀화 음문석 등이 출연하며, 2017년 개봉해 688만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를 잇는 후속편이다. 범죄도시2 측은 베트나 현지 촬영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촬영을 먼저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황정민과 현빈이 출연하는 ‘교섭’(감독 임순례)도 이달 말 요르단에서 촬영이 계획됐으나, 요르단 정부의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로 현지 촬영이 어려워지면서 다음 달부터 국내 촬영을 먼저 진행키로 했다.
이처럼 해외 촬영이 불가해지면서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해외 배경의 한국 영화들의 개봉 시기는 ‘깜깜이’가 됐다. 문제는 국내에서 먼저 촬영을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이다.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면서 촬영을 진행하는 데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병원이나 학교 등 공공장소 대여도 어려워 세트 촬영을 병행해야 하나, 세트를 만들고 설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찮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세트 위주로 먼저 촬영을 하고 있으나, 쉽지 않다. 국내에서 촬영할 마땅한 장소를 찾기도 여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우려로 현장 방역과 개인위생에 철저하게 신경 쓰고 있지만, 제작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