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대한민국사연구소 소장, 목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창궐해 대한민국과 전 세계가 혼돈에 빠졌다.
급기야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15일간 종교시설 운영 중단을 권고하고, 현장 예배를 드리는 교회를 찾아다니며 모니터링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게 된 것은 최근 몇몇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난 것이 이유가 됐다.
‘주일성수를 생명처럼 여기라’고 배우고 그렇게 실천해 온 한국교회로서는 무척 고통스런 시간일 수밖에 없다.
미국교회도 1918년 스페인독감이 대유행했을 때 지금 우리와 같은 상황을 당해 혼란을 겪은 적이 있다.
10월 3일 4일 618명의 신규환자가 발생하자ㅡ 워싱턴DC 보건 당국은 교회예배, 극장, 댄스홀, 운동장 등 공공모임 금지를 명령했다.
10월 5일 워싱턴 DC의 목사들은 긴급회의를 가지고, 시내 교회를 폐쇄하라는 명령에 응할 것을 만장일치로 표결했다.
이들은 시당국의 지침을 준수하는 수준에서 모임을 가지는 것이 야외예배를 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워싱턴 타임즈(The Washington Times) 10월 6일자 기사에는 “모든 교회들이 내일 문을 닫는다. 가능한 한 야외예배로 대체될 것이다. 교회 건물 내에서 예배 재개가 진행될 수 있을 수준으로 독감 전염이 완화되었다고 판단될 때까지 야외예배는 매주 일요일마다 진행될 것이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교회들의 움직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10월 9일 보건당국에서 “이 명령은 교회에서 모든 실내외 예배에 적용된다. 야외예배는 금지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계속 사망자 수가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부 처사에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당시 뉴욕 애비뉴 장로교회에 모인 목사단은 “우리 도시에 만연하는 독감으로 인해 모든 교회의 임시 폐쇄를 요청 받았으며, 목사 연합은 이를 준수할 것이다. 병든 사람들, 전쟁 중인 우리의 동맹국들을 위해 기도하고 자신의 집에서 예배드릴 것을 권고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프랜시스 그림키 목사는 “만약 군중의 모임을 금지하는 것이 감염될 위험을 줄여준다면 예방 조치를 따르고, 불필요하게 위험을 감수하지 말고 하나님이 우리를 보호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설교했다.
그 결과 10월 29일에는 “10월 4일 워싱턴의 성직자에게 모든 교회 예배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 명령은 10월 31일 목요일을 기해 종료한다”는 금지령 해제가 발표됐다.
1918년 10월 미국교회는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으로 부득불 예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보건당국과 협조 하에 슬기롭게 극복하고 4주 만에 예배를 재개했다.
예수님은 율법에 매인 바리새인들을 향해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씀으로 자유함을 주셨다.
지금 한국교회는 예수님이 당하신 수난을 기억하며 그 아픔에 동참하는 사순절을 통과하고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가 80일 만에 소멸되어 가는 것을 볼 때, 우리의 시련도 머지않은 시기에 끝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다가오는 부활절에는 사망의 권세를 이긴 예수님처럼 코로나19로부터의 자유를 맘껏 누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