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회주의가 싫다”,,,이념논쟁 또 불거지나?

입력 2020-03-22 11:04 수정 2020-03-22 15:53
김영식 미래통합당 경북 구미 을 예비후보는 지난 20일 오프닝 데이를 내세워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소의 날’을 개최했다. 행사장 사진 곳곳에 ‘우리는 사회주의가 싫다’는 구호가 등장해 이념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김현권 의원실 제공

4·15 총선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긋지긋한 이념논쟁이 또다시 불거졌다.

김영식 미래통합당 경북 구미 을 예비후보는 지난 20일 오프닝 데이를 내세워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소의 날’을 개최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고통을 나누고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보기 드물게 총선 후보의 개소식이 열리자 이를 두고 비난이 잇따랐다.
여기에다 개소의 날 행사장 사진 곳곳에 ‘우리는 사회주의가 싫다’는 구호가 등장해 이념논쟁을 불러일으킨 것도 부각됐다.

이를 두고 상대후보 측에서는 “지식 생태계의 정수리로 꼽히는 국립대 총장을 지낸 후보가 내세운 선거 구호라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같은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 중인 김현권 의원은 21일 논평을 내고 김 예비후보를 공격했다. 다음은 논평 전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지역농민, 그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제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동제한에 걸린 시민들만큼이나 유권자들과의 접촉을 자제하면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전국의 많은 후보들 또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후보나 많은 유권자들과 함께 성대한 개소식을 치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대다수 후보들은 사회적 거리를 두고 온라인 개소식을 열고 있다. 이는 시민의 안전을 위하고 국난 극복의 모범을 보이고자 함이다.
이런 와중에 김영식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는 지난 20일 오프닝 데이를 내세워 하루 종일 ‘개소의 날’을 개최했다. 코로나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고통을 나누고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이때에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총선 후보의 개소식이 크게 열려서 비난을 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개소의 날 사진 곳곳에 ‘우리는 사회주의가 싫다’는 구호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식 생태계의 정수리로 꼽히는 국립대 총장을 지낸 후보가 내세운 선거 구호라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구미시민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20년 만에 민주당 후보를 시장으로 선출했다. 지난 20년 이상 특정정당을 고집한 결과, 정치 독점이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는 여론이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미를 100만 경제권의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김영식 후보가 개소의 날에 맞춰 내걸은 ‘사회주의가 싫다’는 문구는 마치 1960년대 반공 구호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지역에선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이른바 ‘빨갱이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낡은 구호를 내세워 당선된 국회의원이 과연 구미경제를 살리기 위한 참신하고 선진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이상 이념대립을 강요하는 시대착오적인 낡은 선거구호가 판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것은 단지 근거 없는 색깔론을 경계하는 여당 후보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지금 구미시민들은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우리나라 국격에 걸 맞는 수준 높고 믿을 수 있는 정치를 고대하고 있다.
제1야당 후보가 저급한 선거구호와 함께 ‘낙하산’으로 낙인찍히는 일은 구미시의 장래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속절없는 이념의 잣대를 내세워 표를 모으려는 정치독점이 반복하면서 구미경제를 멍들게 하는 일이 계속돼선 안 될 일이다.
미래통합당이 이번 총선마저 부질없는 이념으로 멍들게 해선 안 된다. 아무쪼록 김영식 후보가 벼랑 끝 위기에 몰린 민생을 살피고 구미경제를 살리기 위한 진정한 마음으로 4.15 총선에 임해 주길 바란다.>

이에 앞서 구미지역 시민단체도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강행한 김 예비후보에게 쓴 소리를 했다. 구미 경실련은 지난 20일 성명서를 내고 “김 예비후보는 개소 행사를 즉각 취소하고 시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금오공대 교수 26년 동안 중앙시장과 인동시장에 한 번이라도 들러 순대국밥 한 그릇이라도 먹어봤는지 묻고 싶다”며 “개소식보다 서민현장부터 방문하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학 총장 권위주의와 시민소통 경험 부재 등 공천 발표 직후부터 나온 우려의 여론이 ‘코로나 위험 공감 지수 ‘0’’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에선 전 국민 이동 금지령까지 내렸고, 국내에선 식당에서 목욕탕까지 다중이 모이는 대부분의 업소가 문을 닫은 마당에,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소 행사를 강행한 김 예비후보의 모습에서 ‘통합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이라는 오만과 벌써부터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 같은 권위주의’ 냄새가 풍긴다”고 질책했다.

구미 경실련은 “김 예비후보는 개소식을 서민현장 방문으로 대체함으로써, 이 같은 유권자들의 불신부터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소를 개소하는 데 대해 내부적으로도 많은 토의가 있었으며, 개소식이 아니라 개소를 알리는 날을 의미하는 ‘오프닝-데이’로만 진행하자는 의견에 따라 개소 안내문을 보냈으며 이러한 취지를 충분히 알리지 못해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또 오프닝-데이를 하루 종일로 잡은 이유 또한 방문객들을 분산하고 별도의 행사를 열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점도 밝혔다.

구미=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