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트럼프, 김정은에 ‘코로나 지원’ 친서”…미국 “소통 기대”

입력 2020-03-22 07:10 수정 2020-03-22 07:32
김여정 “트럼프, 친서 통해 코로나 방역 협조 의향 전달”
미국의 ‘코로나 지원’, 북미 관계 물꼬 틀지 주목
김여정 “북미 관계, 두 정상 친분에 기대해선 안돼” 견제구
미 당국자 “친서는 코로나 대처 위해 각국 지도자들과 협력 일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2019년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인 같은 해 3월 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방문했던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했던 모습.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서 협조할 의향을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미국 고위 당국자도 친서를 보낸 사실을 확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이 북한에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지원 의사를 제시한 것이 꽉 막힌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데 물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김 제1부부장은 “북·미 관계를 두 정상 간 개인적 친분에 따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에 견제구를 날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에게 보내온 도널드 트럼프 미합중국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친서를 받은 구체적인 날짜는 공개하지는 않았다.

김 제1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에서 북·미 관계를 추동하기 위한 구상을 설명했다”면서 코로나19 방역에서 북측과 협조할 의향도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최근 의사소통을 자주 하지 못해 자기 생각을 알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국무위원장과 긴밀히 연계해 나가기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소개했다.

김 제1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친서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특별하고도 굳건한 친분을 잘 보여주는 실례”라면서 김정은 위원장도 친분 관계를 확언하고 대통령의 따뜻한 친서에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은 북·미 관계를 두 정상간 개인적 친분에 따라 기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공정성과 균형이 보장되지 않고 일방적이며 과욕적인 생각을 거두지 않는다면 두 나라의 관계는 계속 악화일로로 줄달음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제1부부장은 “두 나라 사이에 역학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평형이 유지되고 공정성이 보장돼야 두 나라 관계와 그를 위한 대화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두 나라의 관계가 수뇌들 사이의 관계만큼이나 좋아질 날을 소원하지만, 그것이 가능할지는 시간에 맡겨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과 관련해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지도자들과 협력하려는 노력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계속 소통하길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여러 차례 북한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과 이란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제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