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성착취물이 제작·유통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참여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시 하루 만에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앞서 ‘박사방’ 운영자의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청원도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바 있다.
청원자는 20일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등록했다. 그는 “n번방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일부 용의자가 검거돼 다행”이라면서도 “그러나 이 범죄는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재발할 것”이라며 더욱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청원자는 “관리자, 공급자만 백날 처벌해봤자 소용없다”라며 “이러한 형태의 범죄는 수요자가 있고, 수요자의 구매 행위에 대한 처벌이 없는 한 반드시 재발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아동 포르노물을 소지하기만 해도 처벌받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지 묻고 싶다,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동을 성폭행하고 살인 미수에 이르러도 고작 12년, 중형이래봐야 3년이나 5년이 고작인 나라”라며 “여기서 술먹었다고 감형, 초범이라고 감형. 과연 대한민국은 아동 성범죄를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나라인가”라고 덧붙였다.
청원자는 “n번방에 있던 가입자 전원 모두가 성범죄자”라고 말했다. 그는 “(가입자들이) 어린 여아를 상대로 한 잔혹한 성범죄의 현장을 방관한 것은 물론이고, 그런 범죄 콘텐츠를 보며 흥분하고 동조했다”며 “잠재적 성범죄자가 아닌 그냥 성범죄자들”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제 딸을 포함한 이 땅의 여자아이들은 그 n번방의 가입자들과 섞여 살아가야 한다. 소름끼치지만 방법이 없다. 그러니 처벌하지 않을거라면 그들의 신상이라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자는 “나라가 아이들을 아동 성범죄자로부터 지켜주지 않을거라면 알아서 피할 수라도 있게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해달라”며 “범죄자 인권 보호가 명단 공개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청원은 21일 오전 1시34분 기준 27만0901명의 동의를 얻었다. 등록된 지 하루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을 넘어선 것이다. 20일 오후 2시까지만 해도 동의자 수는 1만6000여명에 불과했으나, 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 공유되며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박사방 운영자인 20대 남성 조모(구속)씨의 신상공개를 촉구하는 청원도 지난 18일 등록됐다. 이 청원은 21일 오전 1시34분 기준 73만6598명의 동의를 얻었다. 조씨는 미성년자 등 수십명의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유포해 억대의 범죄수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19일 밤 경찰에 구속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