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 앞의 한국교회 온라인 예배, 예배 중단인가? 새로운 예배 패러다임인가?

입력 2020-03-20 17:3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 나라와 전 세계가 큰 진통을 겪는 요즘이다. 사상 초유란 표현들이 이토록 실감 났던 때가 없던 것 같다. 초·중·고 개학, 대학 개강이 한 달 정도 연기됐다. 한국교회 및 관련 단체도 전례 없이 신앙생활의 중심인 예배와 모임을 멈추고 온라인 예배로 대체하고 있다. 주일마다 예배당에서 대면해 현장 예배를 드려온 신자로서는 이 낯선 현실에 적지 않은 충격과 당혹감을 느끼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중세 유럽의 흑사병 때나 한국전쟁 때도 이런 예배중단 사태는 없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가 당황스럽긴 하지만 대체로 한국교회는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온라인 예배를 가동해 신앙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적극 나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현장 예배 외의 방식은 전혀 고려해 본 바 없는 상당수 교회나 인터넷 예배를 위한 시설이 열악한 소규모 교회는 불가피하게 다른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래저래 혼란스러운 현실 앞에서 교회와 신자들의 고민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예배 역사를 구약 시대부터 오늘까지 통시적으로 살펴보면 예배는 결국 형식보다는 그 내용이 무엇이냐가 관건이었던 점을 먼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솔로몬 이전 시기엔 이동식 성막 예배에서 한곳에 정착한 성전 예배를 드린다. 포로기엔 이스라엘이 그토록 철저하게 고수하던 짐승 희생 제사가 아닌 경전(율법과 선지서)을 읽고 기도하며 찬미하는 방식의 회당 예배로 바뀐다. 제의를 통한 상징적 방식이든, 구술을 통한 청각적 이해 방식이든 본질은 하나님 구원 활동의 현재화 자체에 있다. 말하자면 여타 양식은 그 본질의 구현을 위한 활용 매체인 것이다.

예배 양식의 변화는 이후 동·서방교회 간, 개신교회 내 여러 전통 간의 다양성으로 더욱 나뉜다. 놀라운 건 정통교회라면 그 다양성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 중심이란 놀라운 일치를 보였다는 점이다. 예배의 본질은 형식보다 ‘예수 그리스도에게 초점을 둔 가운데 하나님과 예배자 간 소통이 얼마나 심도 있게 일어나는지’ ‘하나님께 얼마만큼 진정성 있게 영광을 드리는지’에 있음을 보게 된다.

전달 매체와 관련해 우리가 사는 21세기가 어떤 세상인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으로 사이버란 유의미한 사회적 공간이 형성된 지 이미 오래다. 교회 예배나 모임을 위한 방식도 이런 현실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신체적 참여를 전제하는 기존의 현장 예배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지나치다. 다만 지금 같은 비상상황, 향후 빈도가 높아질 모종의 감염병 위기 상황을 고려한 전향적 예배 모색은 특유의 유연성을 지닌 개신교회 특성상 매우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시간을 겪고 있는 요즘, 인류학자 빅터 터너의 통과의례에 관한 분석을 떠올려 본다. 그는 인간이 의례를 거쳐 더 성숙한 단계로 진입할 때 그 과정 안에는 반드시 기존의 안정된 신분과 정체성, 삶으로부터의 분리 및 해체를 경험하는 한계적 상황을 겪는다고 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기존의 통념과 제도, 관습을 흩어 놓는 아노미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진통은 더 나은 성숙과 재정립으로 나아가는 기회이기도 하다. 부디 오늘의 위기로 한국교회가 힘겨운 경험 이면에 감춰진 하나님의 복을 새롭게 발견하는 전화위복의 계기요, 성숙의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김순환 교수(서울신학대 예배학·전 한국예배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