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 배제 못해…내수 극대화로 극복”

입력 2020-03-20 17:2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대구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대구경제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올해 1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다소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정부는 재정집행 효율을 최대화해 마이너스 성장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1분기에 저조했던 성장세는 코로나19 진정기에 내수 소비를 극대화해 메꾸겠다는 전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정책 당국자로서 이야기하기 적절치 않지만, 코로나19 따른 국내외 소비 투자 수출 파급영향 따져본다면 마이너스 성장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홍 부총리는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정조기집행 등을 통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글로벌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일부 기관에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대에 그칠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 분기별로 따지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인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이날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반영해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 조정했. JP모건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2.3%에서 0.8%로 낮아졌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지난 19일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2%에서 0.8%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한국 경제가 상반기에 기술적 침체에 진입한 뒤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며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전 분기 대비 -0.6%, -0.9%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3분기와 4분기에는 0.9%, 0.8%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회복기에 내수 소비 진작 등의 경기부양 대책을 총동원해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됐다고 판단되면 대한민국 동행세일, 승용차 개소세 인하, 5대 소비쿠폰 등을 통해 소비 붐업을 유도할 계획이다”며 “피해지원, 고용안정뿐만 아니라 사태 진정 후 이연소비 투자 극대화를 위한 대책을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로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인 데 대해 ‘긍정적인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통화 스와프가 외환시장 안정성에 크게 기여했다. 든든한 안전망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화 스와프를 추가로 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홍 부총리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홍 부총리는 “재정 당국 입장에서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은 형평성 차원, 국민적 공감대, 재원 및 효과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모든 국민들에게 주는 것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여러 측면을 감안해 결정해야할 사항이다”고 말했다.

오는 5월 인천 송도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연기 가능성도 언급됐다. 홍 부총리는 “ADB 연차총회는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한국은 코로나19 사태 마무리를 전제로 올해 하반기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 ADB는 이를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