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 전 미래한국당 대표가 20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박진 전 의원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폭로한 뒤 불똥은 박 전 의원 공천을 둘러싼 의혹으로 튀었다. 의혹은 황 대표가 한 전 대표 반대에 부닥치자 박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대신 서울 지역구 공천장을 주도록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황 대표와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통합당에선 한 전 대표발(發) 추가 폭로가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전 대표는 박 전 의원뿐 아니라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해 달라는 황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9일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했다가 1시간30분 만에 철회했다. 당시 박 전 위원장은 “총선 불출마 약속에 대한 일부 문제 제기가 있어 공천 신청을 철회한다”고 했다.
이후 박 전 위원장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에 선임됐다. 박 전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황 대표 측이 박 전 위원장에게 공천 신청을 권했지만 한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확답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전 위원장은 “그야말로 해프닝이었다”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 정황에 비춰 한 전 대표 폭로가 완전히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가 박 전 의원과 관련한 공천 요청을 한 전 대표에게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박 전 의원은 서울 종로에서 16∼18대 내리 당선됐으며, 황 대표의 경기고 선배이다. 이런 배경에서 종로에 출마한 황 대표가 박 전 의원 도움을 받기 위해 서울 강남을 공천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월 1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박 전 의원을 만나 “‘종로의 아들’이 되기 위해 선배님의 본을 잘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전 의원은 “종로가 정치 1번지라고 하지만,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도 많다. 두루두루 잘 살펴보시라”고 조언했다.
박 전 의원이 통합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은 강남을은 사천(私薦) 논란이 한 차례 불거졌던 곳이다.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가 박 전 의원에 앞서 강남을 공천장을 받았었다. 황 대표 주도로 이뤄진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전 대표에 대한 공천 무효 결정이 내려졌다. 최 전 대표가 ING자산운용 대표로 있던 2014년 12월 금융감독원 제재를 받아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던 게 문제였다.
공교롭게도 최 전 대표가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중 공천 무효 결정이 이뤄졌다. 최 전 대표는 “2014년 당시 채권운용 임원 잘못으로 금융 당국 징계를 받았으며 개인 비리가 전혀 아니다. (최고위 결정은) 불법이자 전례 없는 월권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공천 무효 결정에다 종로 선거에 ‘올인’한 황 대표와 박 전 의원 간 여러 관계가 의혹을 키운 모양새다.
그러나 통합당 공관위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공관위와 통합당 관계자에 따르면 공관위는 막판까지 강남을 공천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최홍 전 대표가 공천 무효 처리된 뒤 정병국 의원과 박 전 의원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두 후보를 놓고 공관위원 8명이 ‘4 대 4’로 팽팽하게 갈렸다.
이석연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시간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찾기 어려우니 안정감 있고 선거를 바로 뛸 수 있는 후보를 정하자는 데 공관위원들이 동의했었다”며 “4 대 4로 갈린 상황에서 내가 ‘박진으로 가자’고 했고, 다른 공관위원들도 찬성했다”고 말했다. 이 직무대행은 “누구한테도 부탁을 받은 게 전혀 없다”며 “만약 황 대표 측 부탁이 있었다면 내가 떨어뜨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도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표의 폭로와 관련해 “여러 인사들에 대해 (미래한국당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자매정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에 합당한 논의가 있을 수 있고, 도를 넘는 그런 것들은 없었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이 강남을 공천장을 받은 데 대해선 “공관위가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안다. 맞는 말씀”이라고 답변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