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된 한선교, ‘황교안 공천개입’ 또 폭로할까

입력 2020-03-21 04:30 수정 2020-03-21 04:30
한선교 전 미래한국당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는 모습(왼쪽).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연합뉴스, 최종학 선임기자

한선교 전 미래한국당 대표가 20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박진 전 의원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폭로한 뒤 불똥은 박 전 의원 공천을 둘러싼 의혹으로 튀었다. 의혹은 황 대표가 한 전 대표 반대에 부닥치자 박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대신 서울 지역구 공천장을 주도록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황 대표와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통합당에선 한 전 대표발(發) 추가 폭로가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전 대표는 박 전 의원뿐 아니라 박형준 전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해 달라는 황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9일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했다가 1시간30분 만에 철회했다. 당시 박 전 위원장은 “총선 불출마 약속에 대한 일부 문제 제기가 있어 공천 신청을 철회한다”고 했다.

이후 박 전 위원장은 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에 선임됐다. 박 전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황 대표 측이 박 전 위원장에게 공천 신청을 권했지만 한 전 대표는 이와 관련해 확답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 전 위원장은 “그야말로 해프닝이었다”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골목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있는 주민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정황에 비춰 한 전 대표 폭로가 완전히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가 박 전 의원과 관련한 공천 요청을 한 전 대표에게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박 전 의원은 서울 종로에서 16∼18대 내리 당선됐으며, 황 대표의 경기고 선배이다. 이런 배경에서 종로에 출마한 황 대표가 박 전 의원 도움을 받기 위해 서울 강남을 공천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2월 1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박 전 의원을 만나 “‘종로의 아들’이 되기 위해 선배님의 본을 잘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전 의원은 “종로가 정치 1번지라고 하지만,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도 많다. 두루두루 잘 살펴보시라”고 조언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 2월 1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박진 전 의원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는 장면. 연합뉴스

박 전 의원이 통합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은 강남을은 사천(私薦) 논란이 한 차례 불거졌던 곳이다.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가 박 전 의원에 앞서 강남을 공천장을 받았었다. 황 대표 주도로 이뤄진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전 대표에 대한 공천 무효 결정이 내려졌다. 최 전 대표가 ING자산운용 대표로 있던 2014년 12월 금융감독원 제재를 받아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던 게 문제였다.

공교롭게도 최 전 대표가 출마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중 공천 무효 결정이 이뤄졌다. 최 전 대표는 “2014년 당시 채권운용 임원 잘못으로 금융 당국 징계를 받았으며 개인 비리가 전혀 아니다. (최고위 결정은) 불법이자 전례 없는 월권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공천 무효 결정에다 종로 선거에 ‘올인’한 황 대표와 박 전 의원 간 여러 관계가 의혹을 키운 모양새다.

그러나 통합당 공관위는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공관위와 통합당 관계자에 따르면 공관위는 막판까지 강남을 공천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최홍 전 대표가 공천 무효 처리된 뒤 정병국 의원과 박 전 의원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두 후보를 놓고 공관위원 8명이 ‘4 대 4’로 팽팽하게 갈렸다.
이석연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공관위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석연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시간적으로 새로운 사람을 찾기 어려우니 안정감 있고 선거를 바로 뛸 수 있는 후보를 정하자는 데 공관위원들이 동의했었다”며 “4 대 4로 갈린 상황에서 내가 ‘박진으로 가자’고 했고, 다른 공관위원들도 찬성했다”고 말했다. 이 직무대행은 “누구한테도 부탁을 받은 게 전혀 없다”며 “만약 황 대표 측 부탁이 있었다면 내가 떨어뜨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도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표의 폭로와 관련해 “여러 인사들에 대해 (미래한국당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자매정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에 합당한 논의가 있을 수 있고, 도를 넘는 그런 것들은 없었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이 강남을 공천장을 받은 데 대해선 “공관위가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안다. 맞는 말씀”이라고 답변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