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분담금협상 또 불발…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현실화 임박

입력 2020-03-20 15:54
정은보 방위비분담금협상대사가 지난 16일 미국으로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체결을 위해 두 달 만에 마주앉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SMA 총액 규모를 두고 한·미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합의가 불발되면서 다음달 1일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의 무급휴직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는 20일 “아직 양측 간 입장차가 있는 상황이며 양측은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의 조속한 타결을 통해 협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한·미 동맹과 연합 방위태세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틀로 예정된 일정을 하루 더 연장,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 도출에 끝내 실패한 것이다. 다음 회의 개최 일정도 발표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SMA 총액 규모가 한·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올해 분담금으로 30~40억 달러를 우리 정부에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대비 10% 안팎의 인상폭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SMA 총액을 놓고 두 나라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크단 사실을 이번 협상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문제만 따로 떼어 타결하잔 우리 정부 제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보 방위비분담금협상대사는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우리 측이 인건비 선타결 문제를 제기했다”며 “논의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그 부분도 논의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 문제만 따로 논의·타결할 경우 향후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단 미 측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 6000여명이 다음달 1일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주한미군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는 9000여명인데, 미국은 이중 필수 인력 3000여명만 우선 분류해 근무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무급휴직이 현실화할 경우 대북 대비태세 약화를 비롯해 주한미군 기지 내 각종 시설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 미국의 고민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