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원 정보위원장의 기막힌 주식 매도 타이밍 “안심하라며…”

입력 2020-03-20 16:27
리처드 버 상원의원.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인 공화당 리처드 버(노스캐롤라이나) 의원의 주식 매도 타이밍이 미국 내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코로나19 공포로 주식 시장이 폭락하기 전인 지난달 170만 달러(약 21억2300만원)를 팔아 치웠다고 미국 탐사 보도 전문 매체인 프로퍼블리카가 보도했다.

보도를 종합하면 버 의원과 부인은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30여차례에 걸쳐 60만 달러에서 170만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각했다. 대부분 거래는 지난달 13일 이뤄졌는데, 보건 당국이 코로나19의 영향을 경고하기 전이다. 당시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심각성을 낮게 평가하는 동안이었다.

버 의원의 발언이 문제다. 버 의원은 지난달 7일 폭스 뉴스와 인터뷰에서는 "미국 정부는 준비 태세를 잘 갖추고 있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는데 본인의 행동은 달랐던 것이다.

특히 버 의원은 주식을 내다판 지 2주후인 지난달 27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부유한 후원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역사상 어떤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강할 것"이라며 "아마도 1918년 수천만 명이 숨진 스페인 독감 사태와 버금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버 의원은 이미 학교 폐쇄, 회사 출장 단축 등 바이러스 사태가 불러올 심각한 사태를 예측하고 있었다고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NPR)가 19일 주장했다. 상원 정보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백악관이 받는 일일보고를 상당 부분 공유하기 때문에 정부의 내부 전망을 인지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버 의원이 주식을 팔거나 경고 발언을 했을 때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증거는 없다. 정보위도 당시 코로나19에 대해 브리핑을 받지 않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주식거래에 대한 보도가 나오기 직전 자신의 트위터에 "내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발언할 때 이미 미국민은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며 "유권자들과 나눈 얘기는 보건 당국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유의하라고 한 것과 같다"고 해명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