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뺀 IOC 위원장 “도쿄올림픽, 다른 시나리오들 고려”

입력 2020-03-20 15:00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올림픽 개막을 1년 앞둔 지난해 7월 24일 도쿄 국제포럼센터 회담장에 나란히 앉아 있다. 신화뉴시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20 도쿄올림픽과 관련해 “다른 시나리오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굽히지 않던 올림픽 강행론에서 한걸음 물러선 발언이다. 입장을 돌연 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20일 “바흐 위원장이 ‘다른 시나리오들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취소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바흐 위원장은 불과 지난 19일까지 사흘간 하루 간격으로 올림픽 33개 종목 국제단체 대표자, 선수 대표 220명, 회원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연쇄 컨퍼런스 콜(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6월 30일까지 출전자를 선발하면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올림픽의 예정된 개막일은 7월 24일이다. IOC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불거진 연기·취소 여론을 외면하고 강행론을 고수해 왔다. 바흐 위원장은 그 중심에 있던 IOC의 수장이다. IOC는 지난 4일 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모든 선수들은 올림픽을 예정대로 준비하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이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바흐 위원장은 그 이후로 발언 수위를 미묘하게 바꿨지만,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시나리오’를 언급한 바흐 위원장의 발언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올림픽 취소는 바흐 위원장의 시나리오에 없다. 그는 “올림픽 취소가 고려 대상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바흐 위원장이 올림픽의 연기, 혹은 무관중 경기까지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바흐 위원장은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여러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지만 종목별 프로리그와 다르게 올림픽 개막은 앞으로 4개월가량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3월로 예정됐던 미국 프로야구의 개막이 연기되고 5월 전후로 폐막할 예정이던 유럽 프로축구가 중단됐지만, 7월 하순으로 예정된 올림픽은 정상적인 개최, 취소, 연기, 무관중 경기와 같은 모든 가능성을 결정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취지다.

바흐 위원장은 “앞으로의 상황을 추측해 날짜를 지정하거나 결정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라며 “(선수·회원국·국제단체 등 올림픽에 관여하는) 관계자의 건강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다. 경제적인 요소만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겠디”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