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1개 5만원, 휴지 한롤 만원” 美서 번지는 사재기 폭리

입력 2020-03-20 11:48
미국의 쇼핑객들이 지난 7일 워싱턴주 타코마의 코스트코 매장에서 두루마리 휴지를 집어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 내 생필품과 식품 사재기가 급증하고 있다. 이를 틈타 판매업소들은 앞다퉈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AP통신은 전국 50개 주를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41개 주에서 이런 폭리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어떤 곳은 화장지 한 롤에 10달러(1만1000원), 손 세정제 한 병에 60~70달러, 어떤 곳은 손 세정제를 한번 눌러 쓰는데 1달러, 체온계 하나에 26달러로 가격을 4배에서 10배까지 올려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SNS를 통한 판매 사례를 집계하지 않아 폭리를 취하는 곳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장지를 한 롤에 10달러에 판매하는 매장 옆에는 작은 글씨로 “장난 아님(This is not a joke)”라는 글귀가 붙어 있기도 했다. 또 같은 매장에서 ‘오늘의 할인 상품’ 코너에 놓인 마스크는 1개당 39.95달러(약 5만원)로 판매하고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선 이에 대한 고발과 불만, 분노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터져나왔다. 마트 앞의 대기 줄이 길거나 일부 대형매장의 선반에 생필품이 텅 비어있는 지역에서는 상인들이나 업주가 한탕을 노리기 위해 폭리를 취하려 한다는 고발이 줄을 이었고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한 남성이 지난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스트코 매장 밖의 카트에 두루마리 휴지를 올려놓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AP통신이 전국 주 정부의 법무장관과 소비자 보호단체 대표 등 전화로 조사한 결과 이에 관한 고발이 벌써 5000건을 넘어섰으며, 매일 수 백건씩 추가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조시 스타인 법무장관은 “어떤 사람들은 이번 사태로 강렬한 욕망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며 “이처럼 위태로운 시기에 약자들을 편취해 빠른 돈벌이를 하려고 하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페이스북에 “여기서 쇼핑하지 마세요!”라는 제목 아래 휴대전화로 찍은 우유 한 팩에 6.98달러, 치즈 한 팩에 14.99달러의 가격표 사진을 올려놨다. 그는 “식료품이 절박한 가족들이 수두룩한데, 이들은 몇 배나 바가지를 씌웠다”고 분노했다.

이미 여러 도시에서 가격 폭등 및 폭리를 막기 위해 대응에 들어갔다. 뉴욕시는 이미 1000여건의 고발이 접수돼 그 가운데 550건의 위반행위에 대해 27만5000달러(약 3억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뉴욕시가 사재기를 금지한 품목 가운데에는 생필품, 식품 외에도 알코올이나 알로에 베라, 손 세정제를 만들 수 있는 기타 재료 등도 포함돼 있다.

현재 대부분 지역에서 폭리를 취하는 가게나 일부 유통업자를 조사하고 있으며 합리적 이유 없이 가격을 10%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규정된 법적 기준을 어긴 혐의로 벌금형을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