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실 꽉 찼다며 응급실 진료 거부” 故이치훈 지인의 글

입력 2020-03-20 11:40
이치훈 SNS

급성 패혈증으로 사망한 아프리카TV BJ 이치훈(31)의 지인이 고인 사망 전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과정을 상세히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했다는 게 요지다.

이치훈의 지인 A씨는 20일 SNS에 이치훈이 처음 임파선염 증상을 보인 지난 10일부터 급성 패혈증으로 사망한 19일까지의 기록들을 공개했다. A씨는 “10일 (이치훈의) 목 표면에 볼록 튀어나온 혹이 보였다”며 “11일 이비인후과에 가보니 ‘큰 건 아니고 임파선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14일 근육통을 호소해 이비인후과에 다시 갔는데 해열제를 먹고 나아진 듯 했다. (증상이 다시 심해져) 16일 다시 이비인후과에 재방문했는데 링거를 맞다가 구토를 했다”며 “임파선염은 나아졌다고 했지만 (상태가 악화됐다). 그날 밤 이치훈 어머니와 함께 세브란스 응급실에 갔는데 격리실이 꽉 찼다고 보건소나 다른 응급실을 가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17일 고열에 검은 토하고 말도 잘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하고 (눈에) 초점이 없어졌다”면서 “그날 저녁 구급차를 불러 세브란스 병원으로 가 검진을 받았고 새벽이 돼서야 검사에 들어갔다. 이후 거의 하루가 지났는데도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안 나와서 아직 다른 검사는 못 해준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8일 오전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온 이후 중환자실에 들어갔다가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그날 저녁 MRI를 찍어 보니 세균성 뇌염 판정을 받았고, 뇌와 폐에도 퍼져있다고 했다”며 “항생제 3가지와 스테로이드를 투약했는데 처음에는 의식이 있었지만 의사소통이 잘 안 됐다. 저녁 9시쯤 한 차례 고비가 왔다”고 회상했다. 이후 19일 오전 5시 이치훈은 숨을 거뒀다.

이치훈의 마지막 글은 사망 전인 지난 13일 남긴 인터넷 휴방 공지였다. 그는 “이틀 전부터 임파선염 때문에 병원을 들락거렸는데 오늘은 강력한 몸살까지 추가됐다. 부디 코로나19가 아니길”이라며 “마우스 쥘 힘조차 나지 않아서 모바일로 공지 남긴다. 다들 정말 힘겨운 시기인데 잘 버텨보자”고 전했다.

1988년생인 이치훈은 2009년 Ystar ‘생방송 연예 인사이드’로 데뷔한 이후 ‘얼짱시대’와 ‘꽃미남 주식회사’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최근에는 아프리카TV BJ와 유튜버로 활동해 왔다. 이치훈의 장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무빈소로 진행되며, 발인은 21일 오전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