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화스와프, 외환시장 안전판 역할할 것”

입력 2020-03-20 11:15

정부와 한국은행이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이 ‘외환시장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평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달러 수요가 급증하더라도 일종의 ‘안전금고’를 확보했기 때문에 시장 심리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도 달러 수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일부에선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적인 확산세를 유지하고 있어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로 인한 시장 안정화 효과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현재 국내 외환시장 불안도 결국 달러 수요 증대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불안을 완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및 정책점검회의’에서 “외환시장을 안정화하는데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전날인 19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통화스와프는 화폐를 교환(swap)한다는 뜻으로 서로 다른 돈을 미리 정해놓은 환율에 따라 바꾸는 외환거래다.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면 양국은 필요할 때 자국 통화를 상대방 중앙은행에 맡기고 그에 상응하는 외화를 빌려올 수 있다.

이번 한·미 통화 스와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월 30일 양국 간 맺은 통화스와프 계약(300억 달러 규모)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의 통화스와프 총액은 기존 중국 호주 등 7개국 1332억 달러를 포함해 1932억 달러로 늘어났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외화보유액은 4091억7000만 달러다. 한국의 외화보유액은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이번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안전판이 더 튼튼해졌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져 시장 달러 수요가 급증하더라도 안전금고 역할을 하기에 시장 심리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2008년 8월 말 달러당 1089원이던 환율은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직전 1468원까지 상승(원화 가치 하락)했다가 계약 종료 시점엔 1170원까지 하락하며 안정을 찾았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금융 시장에서 소위 안전자산이라고 불리는 미국채, 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달러 부족에 따른 환율 상승 등 시장 불안이 나타났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소위 기축통화인 달러 기능을 제약하고, 어느 한 나라의 금융시장 불안이 또 다른 나라로 전이돼 국제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달러화에 대한 부족 현상을 완화해야겠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의 배경에는 미국 측의 요구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설명한다. 미국 측이 상대적으로 체결을 위해 신속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미국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했다. 협의도 이른 시일 내에 마무리됐다”며 “한국은 사정이 어려우니까 통화스와프 체결 요청을 했고, 미국 입장에서도 기축통화의 기능을 높일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효과가 단기적일 수 있다고도 분석한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로존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른 경기 침체 및 신용 리스크에 대한 불안도 여전한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는 게 중요하고, 미국 내 부실 자산 신용 리스크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며 “2008년 통화스와프 체결 당시에도 달러 강세와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자 원·달러 환율이 고점을 돌파하며 상승한 바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