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펜 독서] 신복룡 역주 ‘한말 외국인 기록’(7)

입력 2020-03-20 10:26
기생이 춤추는 모습. '대한제국멸망사'(집문당 刊) 47쪽

문벌은 좋으나 재산에는 뜻이 없어서 가난하게 사는 식자들은 주위의 사람들이 파산지경에 빠지게 되면 그들이 그러한 역경에서 과연 얼마나 참는가를 시험해 보려고 한다.

나도 한때 그런 사람과 사귀어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상당한 지식인으로 노동에는 종사할 수 없는 사람이어서 나는 지도에 색깔을 칠하는 일거리를 그에게 마련해 주었다.

이러한 일이라면 어떤 신사라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가 나를 찾아올 때면 그는 자기가 하는 일에 관한 화제를 되도록 피하고 싶어 했으며 자신이 그러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기의 친지들이 알지 못하도록 갖은 애를 다 썼다. (집문당 刊 ‘대한제국멸망사-제2장 민족’ 45쪽)

<계속>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