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결국 연기 “6~7월 검토 중”… 74년 역사상 처음

입력 2020-03-20 10:04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제73회 칸 국제영화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결국 연기됐다.

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오는 5월 12∼23일에 계획됐던 제73회 영화제를 예정대로 치를 수 없게 됐다”며 “영화제 진행을 위해 다양한 옵션을 고려 중인데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를린·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영화제가 일정 자체를 연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46년 시작한 칸영화제는 1948년과 1950년엔 재정적인 문제로 아예 열리지 못했고, 1968년에는 5월 학생운동(68혁명) 여파로 영화제 도중 행사가 취소된 적은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영화제가 일찌감치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했지만, 칸영화제는 다음 달 16일 초청작 발표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개최 강행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프랑스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9000여명에 이르고, 프랑스 정부가 이동금지령을 내리는 등 상황이 악화하자 결국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잠정적으로 개최 시기를 6월 말부터 7월 초로 언급한 것은 9월 2일 개막하는 베네치아국제영화제와 9월 10일부터 열리는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다른 국제영화제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개최 시기를 못 박지 않은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악화할 경우 영화제를 가을로 옮기거나 아예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칸영화제는 지난해 황금종려상를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휩쓰는 등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자 한껏 고무되기도 했다. 한국 영화계도 칸영화제 후광 효과를 노리고 약 30여편을 출품해 선정 결과를 기다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