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19-2020시즌을 중도에 폐막했다. 농구는 야구·축구·배구와 함께 국내 프로스포츠 ‘빅4’로 분류되는 종목이다. WKBL리그의 시즌 중 종료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국내 프로스포츠 첫 사례가 됐다.
WKBL은 2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이사회를 열고 “올 시즌 정규리그,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을 포함한 잔여 일정을 모두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진행한 지난 9일 경기 이후의 일정은 재개되지 않는다”며 “코로나19와 관련한 세계적 확산이 갈수록 심해지고, 경계를 강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동참하는 의미로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농구는 배구와 함께 춘추제로 진행되는 종목이다. 3월이면 우승자를 압축하면서 리그의 클라이맥스에 들어서는 시기. WKBL은 리그가 한창이던 지난달 21일 코로나19 확산 여파를 우려해 국내 모든 종목 중 가장 먼저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다.
WKBL은 시즌 중 종료 결정도 국내 프로리그 가운데 가장 빨랐다. 앞서 핸드볼 코리아리그,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가 시즌 중 종료됐지만 프로리그의 사례는 아니다. WKBL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제23기 4차 이사회를 열고 코로나19에 따라 2주간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일시 중단은 결국 재개로 이어지지 않았다. 1998년에 출범한 여자프로농구가 우승팀을 결정하지 못하고 폐막한 것은 처음이다.
2019-2020시즌 정규리그는 지난 9일 오후 7시 인천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신한은행과 부천 하나은행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끝나게 됐다. 그때까지 팀당 2~3경기씩을 남겼고, 리그의 마지막 6라운드가 진행 중이었다. 리그 순위표에서 1위는 아산 우리은행이다.
WKBL은 “이사회에 앞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로 각 구단들은 이견 없이 시즌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신인 드래프트에 연동될 순위는 현재 중단된 시점까지의 순위표를 준용 근거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의 순위가 최종 순위로 결정된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체육관 임대가 쉽지 않은 점, 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총선이 다가오는 점, 구단 모기업이 국내 대표 금융기관이어서 경제 현안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시즌 중 종료의 원인이 됐다. WKBL은 “23일로 미뤄진 개학, 다음달 15일 총선의 일정도 이번 결정에 고려됐다. 리그 회원사인 6개 구단은 모두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한국 대표 금융기관들”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프로리그의 재개, 추가 연기, 시즌 중 종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남자프로농구를 주관하는 한국농구연맹(KBL),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나란히 24일에 이사회를 개최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