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파월’ 핫라인에 ‘홍남기 손편지’까지…한·미 통화스와프 뒷얘기

입력 2020-03-20 06:18
뉴시스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 계약이 19일 전격 체결됐다. 통화스와프는 미국으로부터 국내 금융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달러를 공급할 수 있는 제도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재개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과정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공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은 19일 오후 10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두 배의 규모다. 계약 기간은 이날부터 올해 9월 19일 까지 최소 6개월이다.

한국과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통화스와프를 체결했지만 2010년 종료됐다. 당시 통화스와프 규모는 300억 달러였다. 한은은 5회에 걸쳐 163억5000만 달러를 시중에 공급해 시장 불안을 잠재웠다.

한은과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불안해진 외환시장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강구해 왔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상당히 훌륭한 안전판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긴 곤란하다”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인 17일 홍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위해) 내막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혀 논의 중임을 시사했다.

19일 전격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는 통화당국인 한은이 주도하고 재정당국인 기재부가 지원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금융가에선 ‘이주열‧파월’ 핫라인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2일~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할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별도로 만났다.

당시엔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경제 충격이 본격화돼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뚫고 오를 때였다. 단독 면담에서 이 총재는 파월 의장에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에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고 피력하며 재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반영하듯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 이 총재가 이례적으로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중앙은행으로서 국가의 비상경제 상황에 책임 있게 대응하며 모든 금융권을 이끌어준 적극적인 노력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이 총재를 연신 치켜세우며 두 차례나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여기에 홍남기 부총리의 지원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며 협상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니투데이는 홍 부총리가 므누신 장관에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 한국 등 여러 국가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던 효과를 기억하자는 내용이 담긴 자필 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매체는 홍 부총리 편지 내용에 공감한 므누신 장관과 미국 통화당국은 각국 통화스와프 체결을 결정하면서 한국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통화스와프를 통해 조달한 미 달러화를 곧바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최근 달러화 수급 불균형으로 환율 급상승을 보이는 국내 외환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