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만에 막내린 ‘한선교의 난’…“어린왕자의 꿈 포기”

입력 2020-03-20 00:30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미래한국당 당사에서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전격 사퇴한 한선교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끝내 눈물을 흘린 한 대표는 “어린왕자의 꿈” “가소로운 자” “가만 있지 않겠다” 같은 표현을 쓰며, 극심한 공천 내홍 속 격정을 토로했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가진 사퇴 기자회견에서 “ 떠나는 자가 무슨 욕심이 있고 무슨 훗날을 준비를 하겠느냐. 정말 좋은 공천을 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16년간 정치를 해왔지만 제 생각은 어린왕자의 꿈이었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일찌감치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한 대표는 이번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에 전혀 사심이 없었음을 ‘어린왕자의 꿈’이라는 표현으로 강조했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미래한국당 당사에서 당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표는 “참으로 가소로운 자의 행태에 저는 막히고 말았다”며 “과거 밀실공천을 없애고, 공개적으로 좋은 후보들을 우리 국민에게 선사하고 그런 인물을 갖고 통합당에도 좋은 이미지로 도움 주고 싶었지만 한줌도 안 되는 권력을 갖고 있는 이 당의 인사들이 저의 작은 꿈을 막아버리고 말았다”고 분노했다.

한 대표는 고심 끝에 내놓은 비례대표 공천 순번안이 통합당과의 갈등 속에 대의원 및 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부결되자 ‘가소로운 자’ ‘한줌도 안 되는 권력’ 같은 수위 높은 표현을 쓰며 자신의 분노와 상실감을 드러냈다. 특히 ‘가소롭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소로운 자들이 그것도 권력이라고 자기 측근을 갖다 박으려고 그런 모습들에 저는 물러서기 싫었다”고 말했다.

다만 한 대표는 ‘가소로운 자’가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지칭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고 했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미래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차에 올라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대표는 또 “저는 어젯밤에도 첫번째 명단을 계속 보고 또 봤다. 참 잘한 공천이라고 생각했다”며 “열 번을 넘게 봤는데 괜찮은 공천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정한 비례대표 공천 순번안은) 고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20번 안에 들어가는 명단은 정말 바꾸면 안 된다”며 “그것까지 바꾼다면은 저는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 공천 문제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7일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1번), 김정현 법률사무소 공정 변호사(5번), 유튜브채널 ‘호밀밭의 우원재’를 운영하는 우원재씨(8번) 등을 당선권에 배치한 비례대표 공천 순번안을 내놓았다.

통합당의 강한 반발에 미래한국당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을 3번으로 배치하는 등의 수정안을 마련했지만 이날 선거인단 투표에서 부결됐다. 이후 한 대표를 비롯한 미래한국당 지도부 전원 사퇴로 통합당과의 공천 갈등은 일단 마무리 됐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