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시민당은 출범과정에서 잇따른 정치공작 및 사실상의 위성정당 논란에 휘말렸다. 여기에 진보 시민사회 진영과 끊이지 않는 마찰음까지 내면서 연일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래한국당은 모정당인 통합당과의 비례대표 순번 갈등으로 한선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전격사퇴했다. 다양한 정치세력의 원내 진출을 목표로 했던 선거법 개정 취지는 사라지고 거대 양당 정치의 또 다른 왜곡만 남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시민당은 생소한 원외정당들과 친조국 성향의 ‘시민을 위하여’를 플랫폼 삼아 급조됐다. 당은 19일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비례후보 선출 작업에 돌입했다. 비례대표 1~9번까지는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 참여 정당들이 한 명씩 추천하고, 나머지는 시민 추천 방식으로 채운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참여한 소수 정당 대표들이 자질 논란에 휘말리면서, 비례대표 후보자들에 대한 부실 검증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비례대표 후보와 관련해 “특정 개인이 아니라, 특정 단체나 집단에서 대표성을 가진 사람을 추천받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소수 정당에게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 10번부터 후순위에 민주당 비례후보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단 비례대표 후보 25명을 전부 파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비례후보 선정 과정에서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에 처음 범진보 진영의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했던 정치개혁연합(정개련)과 민주당의 갈등도 임계점 수준까지 올라갔다. 정개련은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려고 민주화운동 원로와 시민사회가 참여한 정개련을 들러리 세웠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이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녹색당과 미래당도 더불어시민당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기에 정개련도 등을 돌리면서 더불어시민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가 나서서 민주당 의원을 더불어시민당으로 파견하는 작업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통합당이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 당시 민주당이 맹비난했던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초 불출마 의원들의 미래한국당 이적을 권유했던 황교안 대표를 정당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 후보 공천 문제를 놓고 집안싸움에 한창이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는 이날 대표직 사퇴를 전격 선언하고 “한줌도 안 되는 야당 권력을 갖고 부패한 권력이 저의 개혁을 막아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소로운 자들의 행태에 저는 막히고 말았다”고도 했다. 미래한국당의 비례 공천안 대폭 수정을 요구했던 황교안 대표 등 통합당 지도부를 정면겨낭한 것으로 해석됐다.
앞서 황 대표는 비례대표 4명의 순번을 바꾸기로 한 미래한국당의 공천 수정안을 ‘구태 정치, 나쁜 정치’라고 비난했다. 황 대표의 불만 표출 직후 미래한국당 선거인단은 수정안을 부결시켰다. 선거인단 상당수가 통합당 출신 당원과 당직자 등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황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래한국당은 다시 공천안을 만들어 선거인단 투표와 최고위 의결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김나래 김경택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