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총대 매나” 일정 재개 ‘폭탄 돌리기’ 하는 프로스포츠계

입력 2020-03-19 18:32
지난달 26일 수원체육관에서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 흥국생명과 현대건설 경기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일정이 연기된 국내 프로스포츠계가 시즌 재개·개막 여부를 두고 각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배구계가 19일 이사회에서 시즌 재개 관련 결론을 내리는 데 실패하면서 타 종목의 고민도 더 깊어졌다. 한 종목에서 재개를 먼저 확정할 경우 다른 종목에도 영향이 예상되지만 각 종목마다 처한 상황이 워낙 달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KGIT센터에서 2시간 넘는 회의에도 시즌 재개 관련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이달 말 회의를 다시 개최하기로 했다. 조원태 KOVO 총재는 이사회 종료 뒤 기자단과 만나 “논의가 더 진행되지 않고 정체돼 회의를 종료시켰다”며 “다음 이사회에서 방향만 정하면 방법은 쉽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녀 프로배구는 지난 2일부터 리그가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19 관련해 가장 먼저 일정 재논의를 한 배구계가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종목 간 ‘눈치싸움’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섣불리 일정을 재개하는 ‘총대’를 맬 경우 여론의 집중비난을 받을 게 뻔해서다. 조 총재는 “사실 농구계가 리그를 시작했다가 끝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구계와 입장이 가장 비슷하다. 농구 쪽과도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주까지 국내에는 일정 재개 여부를 논의하는 각 프로스포츠 이사회가 줄줄이 예정되어 있다. 20일에는 여자프로농구(WKBL) 이사회가 열리고 24일에는 남자프로농구(KBL)와 프로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열린다. 아직 이사회 일정을 잡지 못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사무국 차원에서 실현 가능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 농구계 관계자는 “배구계가 결정을 미루면서 사실상 ‘폭탄돌리기’를 한 거라고 봐야 한다”며 “농구계 입장이 더 난처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WKBL의 경우 남은 일정이 약 2주에 불과해 그나마 여유가 있다. 다만 이번 시즌 1위부터 6위까지 순위가 확정된 팀이 아직 없기 때문에 구단 간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비교적 까다롭다. 한 WKBL 관계자는 “최소 하루 휴식을 보장하는 식으로 일정을 압축하는 것도 이사회에서 논의 가능한 카드 중 하나”라고 말했다.

KBL은 사정이 더 복잡하다. 정규시즌 일정만 해도 약 한 달이 남았고 플레이오프까지 합하면 그 기간은 2배 가까이 불어난다. 도쿄올림픽 등의 일정까지 감안하면 리그 재개 시점의 선택지가 훨씬 적은 셈이다. 섣불리 일정을 재개했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될 경우 다시 시즌 중단을 선언하는 건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일단 29일 리그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던만큼 24일 이사회에서 이를 추가 연기하는 등의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아직 시즌을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가급적 무관중 경기를 피하는 게 우선이라는 점”이라며 “일정 압축과 관련해서는 본래 리그 휴식기간인 6월 A매치 기간 중에 경기를 치르는 등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BO 관계자는 “아직은 다음 달 중순 일정 재개라는 계획에서 더 새로 나온 얘기가 없다”면서 “24일 이사회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효석 이동환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