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를 놓고 미·중 간 신경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아시아인을 겨냥한 미국 정치계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일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존 코닌(텍사스)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기자들 앞에서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은 뱀, 박쥐, 개 등을 먹는 문화를 가진 중국에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바이러스들은 동물한테서 사람에게로 전이된다”며 “중국이 그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돼지독감에 이어 지금의 코로나19 사태의 근원지인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책임을 돌렸다.
코닌 의원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인종차별 우려를 부르지 않겠냐는 우려에 “우리는 아시아인이 아니라 바이러스들이 처음 나온 중국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코닌 의원의 발언은 당장 거센 비판을 불렀다. 아시아·태평양계 의원들의 모임인 아시아태평양코커스(CAPAC)를 이끄는 주디 추(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성명에서 “코닌 의원의 발언은 역겹다. 한 인종집단 전체와 그들의 문화를 이런 식으로 헐뜯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미국 내 35개 아시아·태평양계 이익 단체의 연합체인 전국 아시아태평양계위원회(NCAPA)는 코닌 의원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당신의 주에 아시아계 미국인이 100만명 이상 있다. 이런 발언은 아시아 혐오 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극도로 무책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연방검사 레나토 마리오티도 자신의 트위터에 “돼지독감의 근원지는 중국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국민이 돼지를 먹는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비꼬았다. 실제 돼지독감은 2009년 미국에서 처음 발병했다. 메르스의 첫 발병지도 중국이 아닌 요르단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침을 통해 질병의 이름을 특정 인명·지명에 따라 짓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불러 인종차별 논란을 부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개인의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조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