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과 한선교의 갈등 결국 폭발…“구태정치” vs “가소롭다”

입력 2020-03-19 18:11 수정 2020-03-19 18:27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의 비례 정당) 공천을 둘러싼 모자(母子) 정당 간 극심한 갈등이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의 전격 사퇴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 대표는 19일 비례대표 공천 수정안 부결 직후 사퇴를 선언하며 “가소로운 자들” “부패한 권력”이라며 미래통합당 지도부에 험한 말을 쏟아냈다. 한 대표를 필두로 한 미래한국당 지도부는 총사퇴했다. 정갑윤 원유철 통합당 의원이 미래한국당에 합류해 당 지도부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래한국당 지도부가 물갈이됨으로써 향후 비례대표 공천은 원점에서 재검토될 전망이다.

황 대표가 이날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한국당은 국민의 열망과 기대와는 거리가 먼 결과를 보였다. 국민께 큰 실망과 염려를 안겼다”고 했다. 이어 ‘구태정치’ ‘나쁜 정치’를 언급하며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통합당 요구를 일부 수용해 만들어진 미래한국당의 공천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이었다.

미래한국당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이종성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 등 통합당 영입인재를 20번 안으로 재배치하는 수정안을 전날 만들었다. 이들이 당선권으로 올라간 대신 유튜브 채널 운영자 우원재씨와 취업 사기와 학력 위조 의혹을 받았던 권애영 전 자유한국당 전남도당위원장, 이경해 바이오그래핀 부사장 등은 20번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황 대표는 일부 수정안에도 불만을 터뜨리며 대폭 교체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의 비난 발언 후 미래한국당 선거인단은 수정안을 부결시켰다. 미래한국당 일부 당원들은 이날 미래한국당의 공천 절차를 무효로 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통합당 출신 미래한국당 당원들이 반대표를 몰아준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수정안 부결 직후 한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한 대표는 “한줌도 안되는 야당 권력 가지고 부패한 권력”이라며 통합당 지도부에 맹공을 가했다. 그는 “그 가소로운 자들이 그것도 권력이라고 자기 측근을 갖다 박으려는 모습에 저는 물러서기 싫었다”고도 했다. “한줌도 안 되는 부패한 정말, 권력 같지도 않은 권력을 휘두르는 그들에게 타협할 수 없었다”고 거듭 거친 말들을 쏟아냈다. 통합당 압력에 의해 떠나게 됐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한 대표는 부결된 수정안에 대해 “새로 고쳤던 명단을 고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한 대표 주도로 이뤄진 공천안을 그대로 유지해 달라는 당부였다. 그러나 뜻대로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대표 사퇴 선언 이후 나머지 미래한국당 지도부는 공천 갈등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다고 밝혔다. 조훈현 사무총장과 김성찬 이종명 정운천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모두 빠지고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한 대표 후임으로는 5선의 정갑윤 원유철 의원이 거론된다. 두 의원은 이날 통합당을 탈당했다. 황 대표가 오전 최고위 직후 “빠른 시일 내 문제를 바로잡아서 승리의 길로 다시 되돌아 갈 것”이라고 말한 뒤 반나절도 채 안 돼 미래한국당 지도부가 교체된 셈이다.

한편 황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금융 대위기 가능성을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황 대표는 “내일이라도 당장 대통령을 직접 만나 위기 극복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