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초 협상 파트너였던 정치개혁연합(정개련)을 배제하고 비례연합정당을 구성하면서 범진보 진영의 분란이 점입가경으로 빠지고 있다. 협상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을 뿐 아니라 손잡은 원외정당 일부는 자격미달이라는 비판이 진보 진영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연합정당’이 아니라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개련과의 갈등은 진실공방도 모자라 검찰 고발전으로 번졌다.
하승수 정개련 집행위원장은 비례연합정당 협상을 주도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연일 맹비난했다. 그는 19일에도 “아주 나쁜 정치공작극. 폐문발차”이라고 양 원장을 겨냥했다. 하 위원장은 “말로는 개문발차였지만 그동안 진정성 있게 연합정치를 고민하고 논의했던 주체들을 배제하기 위해 아주 치졸한 정치공작극을 만들었다. 그 주체가 양정철 원장”이라고 말했다. 양 원장은 이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비례연합정당 구성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이날도 이어졌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과 양 원장이 제시한 협상 시한이 각각 18일과 17일로 달랐고, 약속한 시한 이전인 17일 오전 양 원장이 ‘시민을위하여’ 채택을 일방 통보했으며, 18일 오전 시민을위하여 최배근·우희종 교수가 “사실상 문은 닫혔다”고 말한 사실을 들어 일각에선 이미 짜인 각본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공천 지분을 요구했다거나 소수정당에 의석을 약속하고 다녔다는 이야기 등과 관련해 정개련은 윤 사무총장과 최·우 교수를 허위사실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한 원외 정당들을 놓고도 논란이다. 참여 정당은 대부분 올해 급조된 신생 정당이다. 사실상 민주당 위성정당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이 플랫폼으로 택한 시민을위하여는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전 장관 수호 촛불집회를 주도한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이 주축이다. 개국본은 후원금을 보이스피싱 당하고도 후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20일 창당한 가자환경당도 친문·친조국 성향이다. 이들 커뮤니티에는 “조국 등 순수 그 자체로 평가받는 인물들이 썩어빠진 정치판을 바꿔갔으면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권기재 대표는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드러났다. 가자평화인권당은 이정희 대표가 책 ‘마고력’을 쓰는 등 유사역학 논란에 휩싸였다.
연합정당 참여를 압도적으로 찬성한 권리당원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온다. 한 당원은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 미니정당을 끌어들여 앞줄 세우는 행위는 진짜 원내 진입에 도전하던 당들에 돌아갈 표를 도둑질하는 행위다. 선거법 취지 살리려면 이만 멈추라”고 했다. 그 외에도 “정개련과 합병해라. 이런 전통도 없는 정당에 표를 낭비할 수 없다” 등 비판글이 게재됐다.
협상 마지노선이 코앞인데도 민생당은 아직도 연합정당 참여를 놓고 두 공동대표 간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당초 박주현 공동대표와 장정숙 원내대표는 선대위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연합정당 참여를 반대하는 김정화 공동대표와의 이견으로 불발됐다. 박지원 의원은 tbs 라디오에 나와 “시간이 부족해 연합정당 참여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더불어시민당은 이날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비례대표 후보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22일까지 비례대표 후보 시민추천을 받는다.
이가현 이현우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