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전시동원’ 체제로

입력 2020-03-19 17: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전시 대통령'이라 지칭하며 코로나19 물자 공급을 늘리는 데 필요한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마스크, 산소호흡기 등 의료제품 생산에 민간기업을 동원하는 사실상 전시 태세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필수 물품 공급을 늘리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자신을 ‘전시 대통령(wartime president)’으로 지칭했다.

1950년 한국전쟁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은 대통령에게 주요 물품의 생산을 촉진하고 확대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 “나는 오로지 ‘중국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에 서명했다”고 적었다.

미 CNN방송은 “정부는 지금 1950년대 법으로 공장들이 의료장비를 생산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며 “아무리 봐도 이 나라는 다시 전쟁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CNN은 또 100페이지 분량의 연방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18개월 또는 그 이상 이어질 수 있는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는 “의료장비 부족이 정부의 목표 달성을 방해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 병원선 USNS 머시가 1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다. 자신을 ‘전시 대통령’이라고 칭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군 병원선을 배치하고 한국전쟁 당시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중국에 있는 자사 공장에서 수술용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GM과 포드 등 다른 업체들도 의료제품 생산을 검토 중이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자국 내 생산기지가 있는 자동차 업체를 포함한 60여개 제조사에 산소호흡기 등 의료장비 생산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현지 언론은 정부의 이런 조치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군 장비 제작을 민간업체에 주문한 것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세계적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손소독제를 만들어 보건당국과 공공병원에 무료로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주류회사들도 손소독제를 직접 만들거나 알코올을 대량 기부하는 방식으로 동참할 예정이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교도소 수용자들이 마스크 제조에 동원되고 있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