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앞에서 긴 줄을 서고도 끝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고 돌아서는 어르신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안타까워 ‘마스크 기부함’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경북 칠곡군의 한 공무원이 마련한 ‘마스크 기부함’에 각계각층 주민들의 동참이 이어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칠곡군청 안전관리과 이순득(40) 주무관으로 어르신들의 마스크 마련을 위해 군청 로비에 기부함을 마련하고 1주일 만에 마스크 400장을 모았다.
이 주무관은 마스크 5부제 시행에 앞서 실시한 약국점검 중에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어르신의 모습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다.
안타까운 마음에 같은 사무실 동료 김세희(36) 주무관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마스크 기부함을 생각해낸 것이다.
이 주무관은 지난 11일 마스크 기부함을 설치하고 서랍 속에 아껴 두었던 마스크 2매를 기부함에 넣었다. 행여 마스크가 모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하루에도 수 차례 기부함을 서성 거렸다.
첫날엔 기부함에 자신이 넣어둔 마스크 2매가 전부였지만 다음날 점심 무렵에는 50매가 모였다. 마스크 기부함을 본 민원인들과 안전관리과를 위주로한 공직자들의 자발적인 동참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마스크 여분이 없던 민원인들은 자택과 회사에 보관해뒀던 마스크까지 가져와 기부에 동참했고 약국에서 긴 줄을 기다린 끝에 어렵게 2매를 구매한 공직자들은 그중 1매를 기부함에 넣었다.
이렇게 모인 마스크는 일주일 만에 400매에 달했다. 다양한 주민의 동참으로 모인 만큼 마스크 제조회사와 포장지도 각각 달랐다. 하지만 한 공직자의 따뜻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작은 나눔이 큰 나눔의 물결로 이어진 셈이었다. 칠곡군은 이 마스크를 독거 어르신 등 감염 취약 계층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 주무관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마스크 기부함을 시작했지만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셨다. 동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건강하고 젊은 분들은 가급적 면 마스크를 사용하고 어르신을 비롯한 감염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 기부 문화가 확산돼 사회적 면역력을 높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칠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