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즈(코로나19) 여파로 공교육 파행이 장기화되고 입시 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사교육비가 매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교육부는 ‘공교육 내실화’라는 원론적인 말만 3년 넘게 반복하고 있다. 사교육비 폭증의 원인으로 정부·여당의 ‘조변석개’식 대입 정책 변경이 지목되고 있지만 올해는 대입 제도에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시·도교육청으로 대책을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19일 “사교육 대책을 따로 마련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다음 달 시·도교육청들이 지역별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발표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자 “사교육 증감 원인을 다각도에서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당시 언급된 ‘대응 방안’이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아닌 지역별 대책이었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학교 현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교육은 불확실성을 먹고 산다. 전국 초·중·고교의 개학일은 다음 달 6일로 잠정 결정됐지만 감염병 상황에 따라 개학 시점이 당겨질 수도 더 미뤄질 수 있다. 전국 모든 학교가 문을 닫았으므로 모든 학생이 동일한 여건이란 분석은 안일하다. 사교육으로 관리 받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특히 고교생들은 중간고사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대학 입시가 목전인 고3학생들은 물론이고 고1 학생들도 향후 대입 전략 수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지필평가가 아닌 교사 개인의 주관이 작용하는 수행평가로 중간고사 성적이 대체될 수도 있다. 당초 서울시교육청은 중간고사 성적을 지필평가 대신 수행평가로 대체하라고 일선 학교에 권고했다가 학생·학부모가 강력 반발하자 “학교 자율로 하라”며 오락가락하기도 했다. 사교육 업체들은 “위기가 기회”라면서 불안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서울 지역의 경우 학원·교습소 휴원율은 25.3%(17일 오후 2시 기준)에 불과한 상태다.
교육부는 단속을 예고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7일 “학원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 달라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또 다른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학원 단속이 그동안 엄포에만 그쳤다는 ‘학습효과’로 학원 업계는 꿈쩍 않는 분위기다. 예컨대 지난해 드라마 ‘스카이 캐슬’로 사교육 문제가 대두되자 교육부는 국세청, 경찰청 등과 대대적인 단속 계획을 발표했지만 단속 실적은 불법 컨설팅 4건에 불과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정부가 입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바람에 정책 신뢰도가 바닥이어서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면서도 “공교육 정상화란 장기 방향 설정은 근본적으로 맞긴 하지만 지금은 학부모에게 가중되는 사교육 부담을 줄여줄 단기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