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19일 방송 30주년을 맞았다. 단일 DJ로 무려 30년. 한국 라디오 역사에 남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토크쇼가 아닌 음악 채널에서, 그것도 팝송 프로그램이 30년 동안 명맥을 이어왔다. DJ교체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1990년 3월 19일부터 30년 동안 청취자를 찾아간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19일 30번째 생일상을 차렸다. 30년간 마이크 앞을 지킨 DJ 배철수를 비롯해 임진모 음악평론가, 김경옥 작가 등이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배철수는 “첫방송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됐다.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해서 매일 행복하게 라디오를 했을 뿐인데 30년이나 됐다고 축하해주니 쑥스럽다”며 “그만두는 날까지 재미있게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든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마음에 드는 음악을 하나 듣고 DJ가 던지는 실없는 농담에 피식 웃을 수 있다면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지금까지 오랫동안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김 작가는 “30년이 꿈만 같다”며 “입지가 훌륭한 곳이어서 즐겁게 순식간에 잘 지나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 평론가는 “참 오래했다”며 “좋은 재능과 인품을 가진 사람이 많을 텐데 내가 복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족적 하나하나는 역사로 남았다. 배철수는 단일 DJ로 30년간 자리를 지켰고, 임 평론가는 24년째 목요일 코너를 맡으며 최장수 게스트로 기록됐다. 김 작가는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작가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라디오 역사상 가장 많은 해외 아티스트가 출연하기도 했다. 무려 280팀이다.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역사를 썼다. 첫 프로젝트는 영국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영국 BBC 마이다 베일 스튜디오에서 ‘Live at the BBC’ 특별 생방송을 진행했다. 비틀즈, 라디오헤드, 아델, 콜드플레이 등이 라이브 공연을 선보였던 장소다. 아시아에서 BBC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제작하는 것은 처음으로, BBC 본사를 거치는 실시간 생방송 송출은 사상 최초다.
30주년을 총 망라하는 스페셜 다큐멘터리 ‘더 디제이’도 제작했다. 30년간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만들고 듣고 함께 성장한 이들의 이야기다.
30주년 포스터와 후드자켓도 준비했다. 포스터는 폴 매카트니 전속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MJ KIM이 만들었다. 후드자켓은 BBC 특별방송 당시 스태프들이 맞춰 입은 후드자켓을 보고 ‘30주년 굿즈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자 제작을 결정했다. 이번 굿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준비했던 여러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제작진이 특별히 마련한 선물이다. 제작진은 “매일 저녁 전파를 통해 함께 하고 있다는 마음을 담았다”며 “판매 수익금 일부를 청취자의 이름으로 코로나19에 노출된 취약계층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