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광주경선 잡음 심상찮아…3~4곳 난타전 점입가경.

입력 2020-03-19 15:45 수정 2020-03-19 16:08

4·15 총선을 앞둔 광주지역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간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이다. 경선 이후 오락가락 공천과 예비후보 간 상호 불공정 시비에 대한 시민여론이 싸늘해지고 있다.

8곳의 선거구 중 절반 가까운 3곳에서 진흙탕 폭로전이 시시각각 펼쳐져 시민들의 정치혐오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영호 광주 동남갑 후보는 19일 당내 경선에서 겨룬 윤영덕 후보가 신천지 유착설을 허위 유포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최 후보는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윤 후보 대학동창이자 선거사무소 핵심참모인 이모씨, 임모씨가 신천지 유착설 유포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며 “윤 후보는 상상을 초월하는 불법선거를 자행했지만 참신한 정치신인을 배려하는 신인가점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는 “중국인 명의 대포폰이 불법 선거운동에 동원돼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했다”며 “온갖 가짜 뉴스와 허위 사실이 경선 직전에 조직적으로 살포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단 한 차례도 압도적인 1위를 놓친 적이 없는데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경선에 범죄집단이나 사용하는 대포폰까지 이용해 경선 결과를 왜곡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윤 후보 측 핵심참모가 돌연 휴대폰 전화번호를 바꾸고 경찰의 소환요구를 차일피일 미루는 등 증거인멸 시도를 하고 있다”며 사법당국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원팀 정신을 살리기 위해 지금까지 경선 과정의 비방과 명예훼손 등을 인내했지만 더 이상은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며 최 후보의 신천지 연루설을 제기한 문자메시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전날 광산갑 경선 승리가 무효가 된 이석형 후보는 이날 “가짜 뉴스로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권을 강탈당했다”며 “공천 취소가 부당한 만큼 공천을 원상 복구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신원미상 인물이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가짜뉴스가 갑자기 퍼져 최고위원회가 경선 결과를 뒤집는 오판을 했다”며 “가짜 뉴스 당사자들이 특정 세력의 회유에 의해 연출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 역시 가짜 뉴스로 진실을 호도한 배후세력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 사무실 등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은 선관위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에 의한 의례적 수사절차에 불과하다며 금품제공설 등은 모두 날조된 허위라고 주장했다.

광주지검 공공수사부는 16일 이석형 후보의 선거사무소, 후원회 사무실, 선거운동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후보는 지난 2월부터 3월초까지 후원회 사무실에 설치한 유선전화와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다수의 권리당원, 선거구민과 통화하면서 지지를 호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선거법은 당내 경선의 경우 직접 통화 방식의 선거운동을 금지한다.

민주당 최고위는 18일 광산갑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이석형 예비후보 공천을 무효화하고 경선에서 패한 이용빈 예비후보를 공천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초 민주당 재심위와 최고위는 앞서 이용빈 예비후보의 재심 신청을 기각한 바 있어 당내에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다.

광산을 역시 우여곡절을 거쳐 민형배, 박시중 후보의 재경선이 결정됐으나 구체적 방식과 금품살포 의혹을 두고 잇단 혼선과 마찰을 빚고 있다.

민 후보는 “박 후보 측이 제기한 금품살포 의혹의 사실여부에 따라 후보직 사퇴를 포함한 정계은퇴를 시민들 앞에 약속하자”며 배수진을 쳤다.

박 후보 측이 “지난 1월 선거구 한 식당에서 열린 배드민턴 클럽 회식자리에서 민 후보가 금품을 살포했다”고 주장한데 따른 반박이다.

하지만 박 후보 측은 “민 후보 측은 금품살포뿐 아니라 신천지 간부와도 연루돼 있다”며 더욱 강하게 맞서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는 광산을 경선에서 패한 민 후보의 재심을 받아들여 재경선을 결정하고 당초 권리당원 50%, 일반시민 50%인 경선 룰이 아닌 일반시민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재경선 방식을 변경해 논란을 키웠다.

이밖에도 광주 동남갑은 공천장을 거머쥔 이병훈 후보가 같은 당 기초의원들과 격하게 대립해 박종균 동구의회 의장이 탈당하며 당 내부 균열을 드러냈다.

금품수수와 신천지 연루 의혹 등을 둘러싼 과열·혼탁, 공선결과 불복, 재심, 재경선 결정 등 경선 잡음이 광주 곳곳에서 이어지자 민주당이 공언한 ‘시스템 공천’ ‘원팀 전략’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4년전 20대 총선은 물론 과거 어느 총선 때보다 볼품없는 누더기 공천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후보 간 날선 폭로와 선관위 고발 등 후유증이 증폭되면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본선 경쟁력까지 깎아먹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중앙당이 ‘공천=당선’이라는 구시대적 정치공식과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오만함을 버리지 못한게 아니냐는 광주시민들의 볼멘소리도 심상치 않게 들린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민주당 지도부가 원칙과 기준에 따라 제대로 경선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질책했다.

시민 문정현(55)씨는 “4·15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경선 과정의 부끄러운 민낯과 속살이 드러나는 것 같다”며 “확고한 원칙과 공정한 기준 없는 공천 작태는 민심을 무시하는 정치권의 월권행위”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