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재사용 가능 마스크 인증제 미비로 내수 막혀”

입력 2020-03-19 14:22 수정 2020-03-19 15:55
백텍 제공

나노 단위로 마스크 필터 밀도를 높이고, 10회 이상 재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국내 기업이 개발했지만 국내 인증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내수 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다.

19일 나노 신소재 연구기업 백텍에 따르면 이 회사가 2018년 개발한 ‘퓨리타스 3D 마스크’는 최소 10회 이상 반복해 사용해도 살균과 초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유지된다. 마스크의 원천기술인 나노 항균 소재는 연구법인 해기(대표 이정훈·백텍 기술최고책임자)가 보유하고 있다. 해기는 서울대·성균관대와 7년간 공동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나노 항균 소재 개발에 성공한 뒤 백텍과 손잡고 마스크 생산에 돌입했다.

이 마스크는 세라믹과 은 성분의 나노 입자를 촘촘히 분포시킨 원단을 적용해 병원균의 안착과 유입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이른바 항균 또는 파균 기술이다. 백텍은 이 기술을 통해 2015년 미국 환경보호청(EPA) 인증을 획득했다. 마스크는 2.5㎛ 이하의 초미세 입자와 유해물질을 90% 이상 차단한다.

또 안쪽 원단을 특수 가공해 얼굴 화장이 묻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까지 채택했다. 이 제품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서 성능시험 등에 대해 검증받았고, 지난해 3월엔 한림대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됐다.

백텍은 지난해부터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두바이 6·7성급 호텔 등에 마스크 10만장을 수출했다. 주문량이 늘면서 오는 4월부터 생산량을 늘려 매월 100만장 이상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선 백텍이 생산하는 마스크가 기업 특판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만 유통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KF(Korea Filter) 인증에는 ‘항균’이나 ‘반복 재사용’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반병희 백텍 대표는 “EPA 인증을 받았더라도 아직 국내에선 이를 인용할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국내 기준이 마련되기까지는 수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백텍은 핵심 기술인 나노 항균 소재를 적용하지 않은 한 단계 아래 제품인 ‘2D 마스크’로 KF94 인증을 받았다. 백텍 측은 코로나19로 위중해진 국민의 고통과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기 위해서는 한지적 인증 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장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