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대부분은 올림픽 출전자 건강 문제
바흐, 연이틀 “예정대로 개최, 추측 말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선수 대표 220명과 컨퍼런스 콜(화상 회의)에서 “건강에 대한 선수들의 우려를 들었다. 선수의 이익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목별 국제단체 회의 때와 같은 입장만 되풀이해 논쟁의 불씨를 이어갔다. 바흐 위원장은 선수 대표들 앞에서도 2020 도쿄올림픽 강행 의사를 재확인했다.
IOC 선수위원 자격으로 바흐 위원장과 선수 대표 간 컨퍼런스 콜에 참여한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은 19일 국제스포츠전략위원(ISF) 브리핑에서 “바흐 위원장이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17일 밤 9시부터 100여분 동안 진행된 바흐 위원장과 올림픽 정식종목 28개, 시범종목 5개 국제단체 대표 회의의 하루 뒤에 열렸다. 지난 18일 밤에 시작된 회의는 자정을 넘겨 끝났다.
두 번의 컨퍼런스 콜에서 바흐 위원장의 같은 발언이 나왔다. 유 회장의 브리핑 내용을 보면 바흐 위원장은 선수 대표들 앞에서도 “올림픽 개막까지 4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다. 모든 추측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회장이 종목별 국제단체 대표 회의를 마치고 그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언급한 바흐 위원장의 발언과 일치한다. 이 발언은 종목별 국제단체 대표 회의 직전에 공개된 IOC 성명에서도 담겼다.
바흐 위원장의 반복되는 발언은 올림픽을 예정대로 7월 24일에 개최하기 위해 오는 6월 30일까지 본선 출전자를 모두 확정하라는 독려로 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도쿄올림픽 연기·취소 여론을 잠재울 목적으로 국제단체 대표자, 선수 대표, 회원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연쇄 컨퍼런스 콜을 진행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바흐 위원장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NOC와 이날 오후 5시부터 컨퍼런스 콜을 진행한다. 바흐 위원장의 기존 발언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바흐 위원장과 선수 대표 간 컨퍼런스 콜에 앞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중심으로 IOC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유 회장과 같은 IOC 선수위원인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4관왕 헤일리 위켄하이저(캐나다)는 “IOC의 올림픽 강행 의사는 몰이해와 무책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장대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인 카테리나 스테파니디(그리스)는 “IOC가 선수의 건강과 보건위생을 위험으로 빠뜨리길 원하는가”라며 대안을 요구했다.
바흐 위원장과 선수 대표의 컨퍼런스 콜 분위기는 다소 차분했다고 한다. 유 회장은 “무겁기보다는 차분했고, 항의보다 IOC의 대비를 문의하는 건설적 질문이 많았다. 대부분은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의 건강과 관련한 질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서 여행이 제한돼 예선이나 랭킹전에 참가할 수 없는 선수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질의했다고 한다. 유 의원은 “IOC로부터 ‘모든 상황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다양한 경로로 선수들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