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도, 새로운 전염병도 ‘15분 안에’ 진단한다

입력 2020-03-19 12:09 수정 2020-03-19 13:48
포스텍 생명과학과 장승기(사진 가운데) 교수 연구팀. 포스텍 제공.

포스텍 연구팀이 15분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등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했다.

신종 바이러스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이 방식은 검진뿐만 아니라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포스텍은 생명과학과 장승기 교수 연구팀이 ㈜압타머사이언스와 함께 분자집게의 일종인 압타머(핵산물질)를 이용해 15분 이내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진단법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연구는 관련 분야의 학술지인 ‘저널 오브 바이오메디컬 나노테크놀로지’와 ‘영국 왕립화학회지’에 잇달아 게재됐다.

연구팀은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데 이용되는 배큘로 바이러스를 재조합해 외피에 표적 단백질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재조합된 바이러스를 분리 정제해 셀렉스에 사용하는 ‘바이로-셀렉스(viro-SELEX)’ 방법을 개발했다.

셀렉스(SELEX)는 시험관 내 인공진화법이라고도 하며 단백질 표적 분자에 높은 친화력으로 결합할 수 있는 기능성 핵산을 얻기 위한 기법이다.

이 방법을 기반으로 연구팀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외피 단백질에 작용하는 새로운 압타머를 발굴해냈다.

압타머는 DNA나 RNA로 이루어진 핵산물질로서 다양한 표적에 대해 높은 특이도와 결합력으로 결합하는 분자집게의 일종이다.

DNA 압타머는 안정성이 높아 운반과 보관이 쉽고 염기서열만 알면, 저렴한 생산비용으로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어 항체를 대체할 소재로 여겨지고 있다. 압타머는 셀렉스 과정을 통해 발굴된다.

연구팀은 또 임신 진단 키트처럼 색깔의 변화만으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장비를 이용하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데 15분이면 충분하다.

이 방법의 강점은 특정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앞으로 또 다른 전염병이 발생하더라도 활용할 수 있다.
바이로 셀렉스 법의 모식도. 대체 바이러스와 재조합 단백질을 이용한 positive selection과 다른 단백질과 baculovirus를 이용한 negative selection 과정을 통해 표적 단백질에만 강하게 결합하는 압타머들을 선별하는 과정임. 포스텍 제공.

연구팀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해당 실험을 끝냈으며 한국화학연구소, ㈜압타머사이언스와 공동으로 코로나19 진단법 개발에 착수했다.
신속 진단 키트의 모식도와 Test 선의 색깔 변화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존재를 보여주는 사진. Control 선은 진단이 잘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Test 선은 바이러스가 존재할 때에만 보임. 포스텍 제공.

장승기 교수는 “바이로 셀렉스 방법을 이용하면 6개월 정도면 코로나19 신속진단 키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발굴한 압타머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외피 단백질에 결합하면 바이러스가 건강한 세포로 감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코로나19는 물론 사스, 메르스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진단 및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