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다큐소설] 청계천 빈민의 성자(9) : 호텔 매춘

입력 2020-03-19 09:17
문제는 일본 크리스천들의 ‘동양의 예루살렘 서울’ 순례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안녕’양이나 ‘코카콜라’양 같은 기생파티에 놓이는 경우로 이어져 그 속속 들이 아는 나로서는 기도 제목일 수밖에 없었다.

일본인이 묵는 호텔이면 매춘 여성들이 늘 대기하고 있었다. 여행업자들은 통행금지가 있는 것을 이용해 어떻게든 일본인 관광객들과 ‘안녕’양을 숙박으로 이어지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1970년대 초 서울시청. 뒤쪽 큰 건물은 코리아나호텔이다. 롯데호텔에서 찍은 것으로 보인다. ⓒ 노무라 모토유키

호텔도 숙박비에 그들의 몫을 함께 계산하는 방법 등으로 협조했다. 모르긴 해도 ‘안녕’양 개개인의 행위라기보다 그들을 봐주는 시스템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그 무렵 한국은 외화가 필요한 때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이상한 형태의 매춘이 성행했다. 엔화와 원화의 환율 차이가 엄청났다.

그 때문에 일본 노동자라도 한국에 들어오면 고급 호텔에서 기생파티를 즐길 수 있을 만큼 한·일 양국 간 경제력의 차이가 났다. 물론 일본 제국주의 때문이었다. 나는 늘 이 사실이 부끄러웠다.

이런 병폐는 결국 일본에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기생파티 관광이나 동양의 예루살렘 순례를 마친 일본인 관광객은 귀국 후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는 ‘토산병(성병)’을 함께 가지고 들어와 가정붕괴를 낳기도 했다.

‘안녕’ 양이나 ‘코카콜라’ 양들이 제공한 토산병에 걸린 것이다. 사사기 16장에 잠복 중인 데릴라 양이 되살아났다.

<계속>

작가 전정희
저서로 ‘예수로 산 한국의 인물들’ ‘한국의 성읍교회’ ‘아름다운 교회길’(이상 홍성사), ‘아름다운 전원교회’(크리스토), ‘TV에 반하다’(그린비) 등이 있다. 공저로 ‘민족주의자의 죽음’(학민사), ‘일본의 힘 교육에서 나온다’(청한)가 있다.

전정희 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