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증세를 보였던 17세 청소년이 숨져 충격을 주고 있다.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 사후 검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가족들은 경산중앙병원이 열이 41도가 넘는데도 코로나19가 아니라는 이유로 돌려보냈다며 원망했다.
중앙일보는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숨진 정모(17)군의 아버지와의 인터뷰를 19일 보도했다. 정군은 18일 오전 11시15분 대구 영남병원에서 숨졌다.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며 기저질환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군은 지난 13일 오전 발열 증상으로 경북 경산 중앙병원을 찾았다가 폐렴 징후가 나타나 이날 오후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이후 혈액 투석, 에크모 등의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정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지난 10일부터 발열 증상을 보였지만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경산중앙병원에서 약만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하루 만에 상태가 위독해져 영남대병원으로 옮겨 엿새간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아들은 중국을 다녀온 적도 없고, 신천지도 아니다. 경산중앙병원에서 아들이 폐에 염증으로 위독하다고 판단했음에도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집으로 돌려보내 골든타임 놓쳤다”고 한 아버지는 “내가 운영하는 학원에 들린 것 외에 최근 3주간 외출한 적이 없어 코로나를 의심하긴 어려웠다. 감기약을 먹였는데 열이 내리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산 지역 고등학교 3학년인 정군은 지난 10일 마스크 5부제에 따라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약국에 갔었다. 정군은 비가 오던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했고 그날 밤 발열 증상을 보였다. 정군은 어머니와 12일 오후 6시쯤 경북 경산 백천동의 경산중앙병원을 찾았다. 당시 체온이 41.5도였다. 의사는 “선별진료소가 닫아 검사는 다음날 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해열제와 항생제를 처방했다고 유가족은 전했다.
다음날 정군은 경산중앙병원 내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검사와 폐X선 촬영을 했고 의사는 “폐에 염증이 있다. 더 센 약을 처방해주겠다. 집에 가라”고 했다고 한다. 집에 가서도 정군의 열이 내리지 않았고 정군은 “숨쉬기가 힘들다”고 했다. 정군의 어머니는 오후 4시쯤 병원에 다시 전화했다. 병원에선 소견서를 써주겠다며 오라고 했다. 병원을 찾은 정군의 부모는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정군의 아버지는 “상태가 심각하면 오전에 X선 찍을 때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따졌다고 했다.
결국 정군은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돼 격리병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군은 아버지가 직장암 3기로 지난해 항암 치료를 마친 상황이어서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돼 정군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정군의 아버지는 “경산중앙병원에서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되기까지 하루 동안 검사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빠른 처지를 했다면 아들이 세상을 떠났을까 싶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군은 여러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으로 나왔다.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된 뒤 13일 1회, 14일 2회, 15일 6회, 16일 1회, 17일 1회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사후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양성 판정은 소변 검사를 통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8일 “여러 번 검사해 음성으로 나왔지만 한 두번 정도 어떤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소견을 보인 게 있어 ‘미결정’으로 판단했다”며 “확진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