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향한 비판이 일본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과학이 정치적 판단에 졌다는 지적이다.
마이니치신문은 18일 코로나19 관련 보건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등 아베 총리에게 무시를 당한 감염증 전문가들이 총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염증 전문가들로 구성된 ‘일본 정부 전문가회의’는 지난달 하순 “폐쇄된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는 경우가 특히 위험하다”고 정부에 전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제언이었다. 하지만 이후 아베 총리는 전문가들의 제언에는 포함돼 있지도 않았던 대규모 행사의 취소·연기, 휴교 조치, 한국·중국 입국제한 등의 조처만 내놨다. 정부의 코로나 대책이 너무 늦다는 비판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보여주기식 정책을 쏟아낸 것이다. 아베 총리 스스로도 해당 결정들이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인정했다.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확인되지 않은 지자체도 있었기 때문에 휴교 조치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판단 근거가 무엇이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오카베 노부히코 가와사키시 건강안전연구소장은 지난 10일 일본기자클럽 회견에서 “극히 유감”이라며 과학적 근거를 경시하는 정치가들의 행태에 회의감을 표했다. 시부야 겐지 킹스칼리지런던대학교 공중위생연구소장도 “(코로나 확산 시국에) 일본에서는 비효율적인 정책이 정치 주도 아래 실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회의에 소속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베 총리의 독단적 판단에 대한 불만이 끓어올랐다.
현지에서는 일본 정부가 ‘과소 검사’ 등의 방식으로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검사량을 늘려 감염자가 급증할 경우 국제 신뢰도 하락은 물론이고 7월 도쿄올림픽 개최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한 일본 정부가 정치적 의도 하에 소극적 검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